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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여는 시 한편/가슴으로 읽는 한시] 저물 무렵 채소밭을 둘러보다 - 정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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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약초 농부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80회 작성일 15-08-0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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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農夫 최봉환의 [하루를 여는 시 한편/가슴으로 읽는 한시] 저물 무렵 채소밭을 둘러보다 - 정언학


저물 무렵 채소밭을 둘러보다

내 인생이 농부의 흉내를 내노라
후미진 마을 달팽이집에 머무네.
산비탈에 기대 돌계단을 쌓고
땅을 빌려 무궁화 울타리를 쳤네.
드문드문 반딧불은 콩잎으로 숨고
늙은 나비는 무꽃만을 찾아드네.
그럭저럭 황혼이 밀려오더니
호젓한 숲은 둥근 달을 뱉어놓네.

薄暮巡園

生涯學老圃(생애학노포)
深巷屋如蝸(심항옥여와)
石砌因山築(석체인산축)
槿籬貰地遮(근리세지차)
踈螢沈荳葉(소형침두엽)
老蝶戀菁花(노접연청화)
冉冉黃昏至(염염황혼지)
幽林吐月華(유림토월화)

-정언학(鄭彦學)






정조·순조 연간의 시인 농오(農塢) 정언학(鄭彦學)이 썼다. 서울에서는 유득공이나 김려, 권상신 등 내로라하는 명사들과 어울리며 지냈다. 그러나 생계가 늘 그의 발목을 잡아서 마음은 서울에 둔 채 몸은 논밭에 묶여야 했다. 농촌 한 귀퉁이에 초가를 장만하고 보니 달팽이집(와옥·蝸屋)이 따로 없다. 땅이 생긴 대로 돌계단을 만들고, 무궁화 울타리를 쳤더니 제법 정원 꼴이 갖춰졌다. 날이 저물어 채소밭을 둘러보러 나갔다. 드문드문 나타난 반딧불은 콩잎에 붙어 숨어버리고, 여태 남아 있는 나비는 무꽃에만 앉으려 한다. 어느 순간 어둠이 깔린 숲 위로 둥근 달이 솟아오른다. 외진 곳 외로운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등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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