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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희 시 <화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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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8회 작성일 25-02-24 17:58

본문

 

    유동희

 

 

그 바다의 물결에 발목을 잡히던 날

열대의 태양 숨찬 얼룩말들이

초원을 내달려 바다 건너는 것 보았네

갈채 뜨거운 정오의 소낙비

진홍 비늘이 일어서는 젊은 우리는

팔목마다 고리를 엮고 물길을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 보았네

그대 들끓는 심장을 지닌 사람아

뜨거운 목숨을 껴안고

우리 손과 발이 함께 녹아

서슬 이는 파도 소리로 숨차다가

저 어족의 주검 곁에 마지막 산호를

깨물며 누울래

지난여름의 패각은 파란 귀를 달고

모래 위를 스치는 시간

이제 바다는 혈맥 속에서 낮게 뛰놀고

남은 꽃들이 이마를 짚는

오오 사루비아 피의 소용돌이

우리 방황하는 영혼끼지 어느 시공에선가

부딪는 따뜻한 찰나의 꽃

그 곁에 서겠네

 

유동희 시집, 알쏭달쏭을 송알송알 겪어보고(현대시학사, 2025)

 

 

강원도 정선 출생

춘천교육대학 졸업

1984현대시학등단

시집 알쏭달쏭을 송알송알 겪어보고


===================

시의 등을 들고 삶의 이정표를 밝히다

알쏭달쏭을 송알송알 겪어보고』 -유동희 시집/현대시학 -

 

이충재(시인문학평론가)

가끔 시인과 시에 대해서 심각하게 자문하면서 시간을 보낼 때가 있다특히 문명화에 길들여진 인간세상의 마이너스 인생들을 목격하면서 갖는 습관의 깊이가 점점 더 길어지고 깊어진다이는 반가운 모습은 아니다.

그래도 시인들과 시의 역할을 기대하는 바람이 강한만큼내게 주언진 미션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고뇌의 숲을 헤쳐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그래서일까 시인들이 시집을 출간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시집 속 안부가 궁금해지고 동시에 이 시인은 얼마만큼의 고뇌의 삶을 살아왔으며그 고뇌를 어떻게 해빙시켜 인문학의 목말라하는 이들의 갈증을 해소시키고 있는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일기도 한다.

이 참에 유동희 시인의 시집 (알쏭달쏭을 송알송알 겪어보고』 -유동희 시집/현대시학)을 감상하게 되었다.

역시나 유동희 시인의 삶의 주변도 만만치 않은 비판적불온한 환경이 지배적이라 할 수밖에 없다또한 한 사람의 시인의 일상적 고뇌를 자아내게 하기에 불편한 조건을 드리우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시인에게 무언의 공감대어린 말을 건네고 싶었다. " 독행자의 길거룩한 망명자의 길즐거운 마음으로 동행하기로 해요"

그 시편들이 이 시집의 자료가 되어 시인이 앞으로 영원토록 기거할 시의 집()이 되고 있음에 축하와 함께 안쓰러움이 일기 시작했다그도 그럴 것이 시인의 삶은 독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행복하지만은 않은 고행의 연속이기 때문이다이는 시의 가치와 시의 역할 그리고 시인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아는 시인들에게만 해당하는 불편한 그러나 거룩한 사명이기 때문이다그 산물로서의 시 한 편을 감상해 보기로 하자.

 

 

우리들 언제부터인가

지는 꽃잎이 눈물인 줄

알게 되듯이

미친 듯 하늘 향한

나뭇잎들의 발돋음 손 뻗침이

퍼렇게 멍들어 뵈기도 하였듯이

바람 부는 날 묘지에 가거든

생각해 보아라

깊고 무거운 뿌리를 물고

꿈 없는 흙은 잠 깨지 않는데

발 묶인 자들의 하늘이

끝도 없이 푸르게 타오르는 이유를

-<바람 부는 날전문

시인들의 시를 읽다가보면 왜 시인이 되었고밤잠 설치며 혹은 일상의 한켠에서 내몰려 시와 씨름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하여 궁금해지기 시작했다이는 분명 시인으로 태어난 유전인자 때문일 것이고그 위에 시인의 의식이 깊이 뿌리 내렸기 때문이다그래서 누구 하나 눈길을 주지도 않고시가 한 잔의 막걸리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랄같은 이 땅에서도 이 악물고 시를 쓰는 것이다.

시를 쓰지 않으면 우울증에 절어 죽을 것 같은 세상이 바로 오늘 이 시대가 아니겠는가그러니까 시인들을 사실상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그 행복으로 돈도 명예도 되지 않는 시인의 운명이자 숙명을 대리하여 만족하면 그것으로 족할 일이다.

그러한 순수 시인들의 영혼 깊이서 욹어내는 시가 감동을 주고 독자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되는 것이다그래서 시인은 바람부는 날도 길을 나서는 것이다.

그 시간대가 낮이 되든 밤이 되든 새벽이 되든 또는 그곳이 꽃 만개한 들녘이든스산한 무덤이 누워있는 공동묘지든 말이다시인의 삶이 이러한데무슨 눈치를 보고 거짓을 고백하겠는가.

 

 

박꽃 같은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이마

맑음 속으로 자맥질하는 나의 별

어둠을 지새운 눈썹이

녹슨 하늘 모퉁이

가슴에 얹힌 돌맹이도 들어내고

껄끄러운 잠 속에 박혔던 가시도 골라내고

해야

맑은 해야

솟는구나

지난밤 천둥벌거숭이

동토를 헤매다 지친 고무신 속에도

가득 고이는 약수

그 청청한 가슴 솟는구나

-<여명전문

위의 작품을 읽다가 시인이 조금은 쉬어 가는 듯한 혹은 자신의 숨고르기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이는 더 멀리 더 거침없는 호흡을 하기 위한 준비동작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만큼 시인들은 언제나 환영하지 않아도 시대에 꼭 필요한 말은 해야 하고읽지 않아도 그들 가슴팍을 치는 진실된 운문의 덩어리를 구어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그 호흡을 가다듬는 훈련을 늘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위의 시를 읽다가 유동희 시인의 여명()은 박두진 시인의 해와는 분명 다른 힘과 간절한 바람이 내재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여명이 한반도를 포근하게 감싸안을 때오늘날의 이 비겁하고도 분노가 치미는 현상들이 해결되리라 믿는다그래서 인문학의 꽃인 시를 사랑하고 이를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시인들에게 거는 기대가 사뭇 큰 것이다.

유동희 시인님의 영혼과 육체 모두의 건강을 기원드리며남은 생애도 독자들의 이정표가 되어 주는 건강한 시들을 창작해 주시기를 부탁드리면서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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