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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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유언
-전염병으로 살처분된 이 땅의 소들을 진혼하며
저는 다 알아요, 싸락눈 싸락싸락 루핑 지붕을
때려 쌓는 소한의 아침,
주인님 지극정성으로 마련해 주신
검정콩 누렁콩 듬뿍 넣은 특별식 받아먹으며
이미 다 알고 있었어요
마지막 길이 슬퍼서 눈물 펑펑 쏟은 게 아니오라
주인님 넘치는 사랑에 그만
눈물샘이 터져 버리고 말았던 거였어요
다 알아요, 집 나올 때 왜
주인님 다수운 손길이 제 언 잔등 위에서 오오래 떨리고 있었는지
고욤나무 쳐다보며 한사코 줄담배만 태우셨는지
그날, 미시未時 조금 지나 날이 개고
수리봉 산그림자
사부작사부작 눈 쌓인 밭고랑을 타고 내려올 무렵
주인님 저와의 긴긴 세월,
추억의 구기자 밭 개옻나무 아래서
주사 한 대 맞고 개골창에 꼬꾸라져 나뒹굴다
포클레인 삽날에 찍혀 땅속 깊이 묻히고 말았어요
뼈는 묻고 살은 썩어서 꽃 피는 봄 오면
이 땅을 푸르게 할 밥이 되어드릴게요
제 무덤 위에도 밤마다 푸른 별 돋고
철 따라 이름 모를 작은 꽃들 피어나겠지요
주인님 고마웠어요, 눈물 그만 거두시고 안녕히 계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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