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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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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산벚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089회 작성일 24-01-28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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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 박스

이삼현



깨지기 쉬운 육 남매를 품은 택배 박스

입을 앙다문 듯 양 날개를 접어 단단히 봉인되었다

밤늦게 택배기사 부축을 받고 도착한 엄마

여기저기 찍히고 부딪쳤지만

품 안의 자식들 발가락 하나 빠져나가지 않게 움켜잡고 있다

물어물어 달려왔을 천 리 길

과적돼 실려 오는 동안

함부로 내던져져 틈새에 끼었어도 묵묵히 견뎌냈을 한생이

아무렇지도 않다며 웃어 보인다

박스를 개봉하려다 말고 잠시 멈칫하는 것은

모서리마다 꼼꼼히 바른 테이프 자국

성한 곳 하나 없는 몸에 끈적끈적한 파스를 붙였기 때문이다

가다가 혹 잃어버리지나 않을까

아들네 주소와 이름만은 놓치지 않으려 꼭 쥐고 있다

배달이 끝나면 텅 비워져 버려질 엄마

알면서도 한사코 감싸 품어주었던 골판지 박스

제 안으로 잔뼈를 세웠지만

구멍이 숭숭 뚫린 골다공증을 앓고 있었다

⌜모덤포엠⌟ 2023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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