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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있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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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지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375회 작성일 23-12-13 08:14

본문

그대 있던 자리
박의용

내가 그 앞을 지날 때
고양이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람 불어도
그 자리는 그의 자리였다
대견한 건지
우직한 건지
암튼 나는
그 앞을 지날 때마다
그를 보았다

어느 날
그 자리에 그가 사라지면
그가 있던 자리가
텅 비어 있을 때면
나도 함께 텅 빈다
그가 차지했던 나의 가슴 한 구석이
텅 빈다

항상 함께 할 것만 같은
그대가 내 눈에서 사라지면
그건 상상하기 조차 싫지만
만일 그리하면
나는 가슴이 비는 정도가 아니라
나의 삶의 의미조차도 상실할 것 같다
그러니 그대여
항상 함께 해 줘요
그대 없는 세상은 세상이 아니며
칠흑 같은 어둠이 온 세상을 덮어버린 뒤의
고요하고
황량하고
허무할 것 같아요

있고 없음은
그 차이가 너무나 커서
그대가 있음과
그대가 없음은
그대로 나에게 반영되어
내가 있음과
내가 없음으로 다가온 다오

오손도손 아니더라도
알콩달콩 아니더라도
그대 내 곁에 있어만 준다면
그것으로 나는 행복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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