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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냐 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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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산벚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63회 작성일 23-12-1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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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냐 너녀


이삼현



다시 자란 연필을 깎으면

사철 끌어모았던 한 트럭분의 자동차 매연과

유통기간이 지난 매미 울음소리와

까치집 다섯 채가 철거되었다

 

왕복 6차선 도로변에 서서

침 발라가며 열심히 받아쓰기한 버즘나무

벌써 대학을 졸업하고도 남았으련만

초등학교는커녕 몽당연필이 되었다

심기가 곧은 가지에 이파리를 달고 사방으로 뻗어 나부끼던 날

,

안전모를 쓴 인부들이 몰려와 연필을 깎아댄다

애써 받아 적은 행적을 싹둑싹둑 잘라내며

기역 니은 디귿 리을

그래거기까지만 알면 돼

도심삭막의 거리에 파란 그늘을 그려 넣으렴

웃지 말고 시야와 일조권도 가리지 말고

아 이 우 에 오

받아 적을 수 있으면 돼

 

전기톱과 낫을 든 인부들이 깎아놓은 연필 토막

다시 몸통만 남은 가로수가

숨겨진 팔을 내밀어

밀린 일기를 또박또박 눌러 적는다

나냐 너녀 노뇨 누뉴

 



이삼현 시집 (봄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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