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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이라도 실컷 울고 싶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562회 작성일 23-09-25 07:47

본문

단 한 번이라도 실컷 울고 싶었다


 정민기



 밤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비린내가
 아무도 모르게 승선했다
 달은 빛을 밧줄처럼 떨어뜨리지만
 차마 비린내를 묶지는 못한다
 내 발목을 적시던 파도는 하인처럼 물러가고
 그동안의 구월은 헛된 꿈만 만선이었다
 마음 벽을 뚫고 그녀가 들어와서
 오늘은 온종일 리모델링이나 해야겠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침부터 시끄러운 참새 떼
 쓸데없는 잡담만 엿가락처럼 늘어난다
 아침저녁으로 부끄러움만 물들고
 낯선 한 해는 또다시 뒷걸음질 치고 있다
 높아만 가는 가을 하늘 아래
 아득한 기억 하나 짚고 가는 늙은 여자
 들국화 향기를 무상으로 내놓고 있었다
 내 마음은 동면에 들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실컷 울고 싶었다
 사랑은 뿌리가 있어서 자라는 걸까, 싶기도 한데
 탄식 소리에 갈증만 더 난다
 사소한 기억이라도 단풍처럼 물들면
 울긋불긋 염색이라도 할 텐데,
 비장한 각오만 질긴 가죽옷을 입고 간다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본관은 경주이며, 문헌공파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내 고향 거금도 연가》 등, 동시집 《바람의 도서관》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

댓글목록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정심 김덕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동 받으며 감명 깊게 감상하였습니다.
시인님 감사합나다.
한 주간도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홍수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홍수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게요...
단 한번만이라도 실컷 우는 것이 잘 안 되니까요.
마음속에 삭히고 삭히며 사는 것이 인생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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