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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 잠을 자는 아내를 보며 / 박의용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지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227회 작성일 23-04-03 08:29

본문

그루 잠을 자는 아내를 보며 

                    박의용 



아내는 매일 밤

고장 난 핸드폰처럼

그저 충전과 단전을 반복하는

긴 시간을 헤맨다

.

자는 지

깨는 지

꿈꾸는 지

밤이 괴로운 아내를 보며

보는 내가 더 괴로울 때가 있다

.

한 시간 자고

깨서 다시 두 시간 시달리고

그러기를 반복하니

자는 것도 아니고

깬 것도 아니고

꿈꾸는 것도 아니고

뫼비우스 띠처럼 반복되는 그루 잠을 자는

아내 옆의 나는

장단 맞춰 그루 잠을 잘 수도 없고

가슴앓이만 할 뿐

그저 그럴 뿐

.

인생도 어쩌면

그루 잠을 자는 일인지도 모른다

뫼비우스 띠처럼 반복되는 그루 잠을 자는

그런 일상들

누구도

그 괴로움

그 고난을

대신해 줄 수 없는

오직 자신만이 오롯이 짊어져야 하는

시지푸스의 운명처럼

.

오늘밤도 아내는

그루 잠을 잔다

그 옆의 나는

아무 것도 해 줄 수가 없다

그저 가슴앓이만 할 뿐

그저 그럴 뿐이다

.

2023-04-02 Jibi(知非) 박의용

* 그루 잠 : 잠깐 깨었다가 다시 든 잠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국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단잠을 자는 사람은
어쩌면 복을 받은 거지 싶다오
그루 잠을 자는 사람과 함께
밤을 보내는 일은 수행을 쌓는 일이리라
고운 봄날 보내길 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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