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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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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민기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03회 작성일 22-12-21 06:17

본문

겨울비


 정민기



 어제 떠나간 사람들이 하나같이 똑같은
 신사의 모습으로 머리에는 중절모를 쓰고
 레인코트를 입고 내려오고 있다
 비처럼 내리기 위해 우산을 쓰지 않았는데
 다만, 우산 대신 중절모가 바람에 날려
 머리 위에 잠시라도 떠 있으면
 근사한 우산이 될 텐데, 하고 웃어넘긴다
 다음 페이지로 넘기는 손끝이 순식간에 젖었다
 어제 떠난 사람들이 똑같은 얼굴로,
 똑같은 표정을 지어가며
 석회라도 되는 듯 빳빳하게 굳어 있다
 낙엽도 떠나가는 쓸쓸한 거리에는 빗소리만
 온종일 눈앞에 아른거리고 있어서 추상적이다
 재현할 수 없는 이 장면이 이어지고 있다
 실연당한 사람처럼 어떤 신사는 뒤돌아서서
 휑한 등을 보여주고 있다
 상영 중인 영화처럼 공중에 붕 떠서 내려오는
 신사들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끼니도 거른 겨울바람이 바다를 떠나 울고 있다
 카페 창가에 앉아 액자인 것처럼
 창밖 겨울비를 바라보면서 뜨거운 마음을
 단숨에 들이켜지 못하고 홀짝이고만 있었다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본관은 경주이며, 문헌공파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내 사랑도 어느 곳에서 그냥 지나치리라》 등, 동시집 《꽃잎 발자국》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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