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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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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민기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16회 작성일 22-11-19 11:46

본문

자작나무


 정민기



 얼룩말이 되려다
 다리만 겨우 변장한 자작나무
 된장찌개 끓이듯 자작자작 소리로 타는 자작나무
 종이가 되고 싶어 얇게 벗겨지는 자작나무
 사랑하고 싶어 연인들끼리 글귀를 전하기도 하는
 껍질에 불을 붙이면 촛불이 되는 자작나무
 단단하고 치밀한 감각으로
 국보 팔만대장경 일부가 된 자작나무
 벌레가 싫어해서 눈길도 주지 않는 자작나무
 얼룩말 다리인 줄 알고 동물원 사자가
 침을 질질 흘리며 눈독을 들일 것 같은 자작나무
 초원을 향해 당장이라도 달려 나갈 것처럼
 바람이 부는 날 발굽을 구르는 자작나무
 풀을 다 뜯어 먹고 더는 먹을 풀이 없어
 뼈만 남은 듯 무리 지어 서 있는 자작나무
 얼룩말이 아니라서 얼떨떨한 상태가 되고 만
 바람에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발길질하는 자작나무
 아직 자기 앞에 오지 않은 사자를
 갈증을 느끼며 두려워하는 자작나무
 거미줄을 쳐 공중을 헤엄치는 날벌레를 잡는
 누구와도 이별하는 법을 배운 적 없는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한 자작나무
 그러다가 끝내 불에 들어가 자작자작 눈을 감는
 인생 한번 순조롭지 못한 비운의 자작나무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추수 끝난 들판을 위한 노래》 등, 동시집 《꽃잎 발자국》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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