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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미안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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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민기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495회 작성일 22-05-04 12:33

본문

 꽃에 미안한 일


 정민기



 어린 시절에는 꽃을 따 먹기가 정말 미안했다
 하지만 지금은 미안함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향수를 뿌린 여자들마저 따 먹으려고 한다
 그러니 여자들이여, 향수를 제발 뿌리지 말아라
 기어이 향수를 뿌리겠다면 모조리 따 먹을 거다
 귀에 꽃도 꽂지 말아라, 향기 나는 것은 모두
 따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내가 미안해진다
 갑자기 꽃에 발이 달려 그것들이 달아난다
 머리를 수국꽃처럼 꼬불꼬불 파마하고 다니는
 저 늙은 여자들은 어쩌다 따 먹기가 미안하다
 그럴 때면 나는, 비상식량으로 남겨 놓은
 마른 꽃을 우려서 따끈따끈한 차로 마신다
 하루라도 꽃을 먹지 않으면 내 머리는
 싱크홀처럼 구멍이 뚫리는 것처럼 진동한다
 꽃들이여, 향수여, 내 곁에 다가오기 전에
 몸에 남은 향기를 아낌없이 모두 다 버리고 와라
 안 그러면 따 먹어도 나는 어쩌지 못한다
 방금 향수를 뿌린 꽃을 놓치고 지금 울고 있다
 울음에서 향기가 나서 와작와작 씹어 먹는다
 향수를 싣고 레일을 달리는 향수병이 있다
 눈앞에서 그걸 놓치고 싶지 않아 뒤쫓아 간다
 그러다가 향기가 날 정도로 넘어진 거였다
 나는, 그때 나를 우걱우걱 씹어 먹었었다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달빛바다 달바네 에어비앤비》 등, 동시집 《꽃잎 발자국》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국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수많은 장미꽃에서 한방울의 향수 짜내듯
꽃밥 한그릇에 호사함을 누리지만
꽃은 향기도 미소도 잃지 않고
우리에게 언제나 가까이 다가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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