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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 활동사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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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노장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38회 작성일 25-12-13 06:41

본문

옛날이 활동사진처럼

 

  노장로 최홍종

 

토요일 오후에는 누가 기다리기라도 하는 냥

십 여리 길을 형아 하고 숨이 턱에 닿도록

아래윗집 사랑채 기와지붕이 제일 으뜸인

탱자나무가 줄줄이 인사하듯이 늘어선

열린 푸른 양철 페인트칠 대문 안쪽에는

옛적 어려운 시절 그러나 소박한 세상이

도토리 두 세 됫박이 이름 모를 알곡들이

대나무 평상위에 소복소복 낮잠을 청하고

빨간 고추 몇 광주리도 옥수수 몇 자루도

마치 시멘트 바닥 같은 반질반질한 타작마당에

펑퍼짐하게 팔자가 늘어져 누워있고

커다란 귀가 축 늘어진 눈이 슬픈 바둑이

꼬리를 연신 흔들며 죽자하고 매달리고

꼬부랑 노 할머니 동백기름이

은비녀 질끈 묶은 하얀 머리에 반짝인다.

뒷마당 뒤안길에는 듬성듬성 깎아 주렁주렁 매달기 시작한

곶감이 줄을 서서 아는 척하고 고구마도 감자도 김이 무럭무럭

디딜방아 쿵더쿵 매달린 줄이 손짓하며

멍석말이 작은 머슴과 외숙모 흉보고

고봉밥 한 사발 큰 머슴은 방귀소리도 우렁차

아랫목에 쟁여둔 감나무 밭에서 주워온 온갖 과일은

먹고 먹어도 배고픈 머슴아들의 요기꺼리고

학교 공책은 풍년초 말아 피운 좋은 종이 담배이고

소먹이며 주워온 밤송이들도 꿈속에 아롱거린다.

 

 

2025 12 /13 시 마을 문학가산책 시인의향기란에 올려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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