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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노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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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太蠶 김관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495회 작성일 21-02-01 09:31

본문

또 다른 노숙자



숲에 비 내린다


잠시 주저할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에 뼈를 묻어야하는가

매연 가득한 잿빛거리에 마음 둬야하는가

장맛비에 젖은 한탄의 시간

숲에 대한 흠모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끝내 접지 못할 꿈이었을까


숲에 바람 분다

온 몸을 다해 수천수만 잎을 흔들며

행여 돌아오라는 반가운 소식 전해져올까

잉잉대는 전선줄에서 귀를 떼지 못하는 것이다

고향 길에서 조용히 불어오는

바람의 향기에 코를 벌름대는 것이다

먼 산 가을단풍소식에

바람의 가슴께에 매달려 흐느끼는 것이다

숲에 눈 온다

코앞이 백년 거리쯤 될

이웃한 가로수들 속살까지 다 벗어

아문 듯 보란 듯 눈꽃 피우고

세월의 무게를 벗어내고 있는 것이다

목 길게 빼고 까치발을 든 채

봄을 향한 비장함으로 버텨서는 것이다

숲에 봄이 온다

한 줌 햇살 녹아내리면

허공을 받쳐 들고 새들 노래 청해듣는 것이다

소풍 길 아이 보며 발길을 아쉬워하는 것이다

전지(剪枝)당한 상처위에 희망을 꽃피우는 것이다

늘어나는 나이테의 아픔마저 잠시 미뤄두고

늘 그렇듯 또 한해를 걱정하는 것이다


숲이 어둠에 젖어든다

잠투정 이파리들 어르고 달래며

언젠가 숲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가로등불빛 아래 주문을 거는 것이다

신작로 저 멀리 숲길 그리워

서산에 해 걸어놓고 길을 묻는 것이다

밤마다 숲의 소식을 달빛에 묻는 것이다

별자리 짚어가며 이슬눈물 짓는 것이다

도시가 뿌옇다

오늘도 나뭇가지 끝에 걸린 희망을 본다

답답했을 도시가 푸르게 숨 쉰다는 것과

딱딱했을 거리가 살랑거린다는 것이

애초부터 가로수의 몫인가

인간의 몫인가 잠시 헷갈려도

거리마다 가득히 사랑이 피어올라

시련 이겨낸 꿈이 이뤄지길 비는 것이다


댓글목록

淸草배창호님의 댓글

profile_image 淸草배창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2월의 첫날,
결 고운 시상에 흠뻑 적시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또 다른 노숙자도
결코 이 깊은 시련을
슬기롭게 이겨 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2월에도
늘 좋은 날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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