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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잔불을 켜고 싶은 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노태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60회 작성일 17-11-07 22:11

본문

등잔불을 켜고 싶은 밤

                 노 태 웅

 

오늘은 왠지 밝은 불빛이 싫다

토담집 따스한 온기가 그리운 밤이다

좁은 골방에서 떨어진 양말 꿰매며

문풍지 떠는 틈새바람 손수건으로 막아 주던

고운 손길 보고 싶어 오늘 밤은 왠지

등잔불을 켜고 싶은 밤이다

어두운 등잔불 아래서

구하기 어려운 옛날 얘기책 구해

큰 소리로 읽어주던

그때 그 목소리가 그리운 밤이다

 

눈썹을 그을려 놓고 거울을 들여다보며

겁에 질려 떨던 그 커다란 눈망울이

너무나 보고 싶은 밤이다

잠자던 친구에게 불침 놓고 도망 다니던

개구쟁이 시절이 어쩌면 등잔불을 밝히고

꺼져가는 불빛 심지 돋우면

그날을 밝히는 빛 살아날 것 같아

등잔불을 켜고 싶은 밤이다.

    .

    -문학사랑 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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