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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였던 세월의 말을 이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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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유리바다이종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97회 작성일 25-04-02 01:36

본문



망설였던 세월의 말을 이제 합니다 / 유리바다이종인



그때 영리한 까마귀 한 마리가 우리의 식탁을 노려보던 날

차려진 음식을 뒤로 한채 

성급히 당신의 손목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가요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렸습니다

까마귀의 식사 시간은 우리보다 더 길었습니다

당신은 알몸으로 잠들어 있었고

나는 흰가운을 걸치고 창밖에 노을의 축제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오늘따라 허다한 새는 없고

왜 까마귀가 우리가 차려 놓은 식탁 위로 날아왔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사막에서 물을 찾는 인생에 불과합니다

여자의 몸은 신기루 같아서 내 눈물은 모래 속에도 스며들지 못해요 

당신이 옷을 입었으니 우리 이제 어디로 여행할까요

육신의 촉수가 닿지 않는 나라에 가면 혹시

혹시 까마귀 하나 없는 식탁 위에 다 식은 고기라도 썰며 

오래도록 키스를 나누었으면 좋겠어요

서로 따뜻한 눈빛에 붉은 와인 한잔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문득 장면이 바뀌자 불청객처럼 찾아온 밤에 

복사되지 않은 추억의 심장만 파도치고 있습니다

망설였던 세월의 말을 이제 합니다

옛 침실에서 했던 나의 말은 잊어주십시오

머리 하얗게 사랑하고 싶은 기억의 아픔을 당신은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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