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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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철학 / 유리바다이종인
박정희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던 날
음악 선생님은 칠판에 큼직하게 제목을 썼다
오늘 음악 수업은 없다
선생님은 바리톤 얼굴로 창가에 서서 거북선 담배를 피웠다
여러분 진짜 음악은 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진짜 음악은 텅 빈 뱃속에서 오래 저장되어 있다가
심장을 통해 나오는 소리가 음악이다
눈으로 보고 있는 것만이 사물이라 착각하면 안 된다
오늘 보고 있는 해 달 별도 오늘의 해 달 별이 아니다
길에 밟고 지나가는 풀 하나라도 가볍게 보지 마라
밟으면 죽는 것이 있고
밟을수록 더 강해지는 것이 있다
오늘 보고 있는 것이 늘 보던 것이라 착각하지 마라
모든 사물에는 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소리가 있다
이것은 끝없이 진화해 가는 소리며 음악이다
갑자기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들렸다
선생님은 차렷 경례를 받으시고는
오늘 수업은 개똥철학이라 말하며 교실을 나가셨다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박 대통령 서거일엔 군인 신분이어서
비상이 걸려 출동했었는데...
살며 저마다 원칙과 철학이 있어서
거센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고운 봄날 보내시길 빕니다~^^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안국훈시인님 감사합니다
군인신분
비상 출동
이 말씀이 없었으면 더 좋을 뻔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