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버섯 여자여 잘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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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버섯 여자여 잘 있느냐 / 유리바다이종인
물오른 복숭아나무 그늘 아래 찰나 너의 꿈을 꾸었다
눈을 뜨고 있어도 잠에 빠진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날 달빛은 왜 그리도 밝았는지
하마터면 사람에게 들통날 뻔하였다
돌아앉아 브래지어 끈을 채우며 너는 나에게 물었다
남자들은 왜 젖가슴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성폭행을 두 번 지나 나를 처음 만났다고 했을 때
나는 대답을 못 하고 자꾸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자식들이 젖을 먹으며 자랐고 다 큰 남자는 모성의 기억이나
채워질 수 없는 그리움 때문에 젖가슴을 좋아하는 것이란다
그대가 비밀하게 떠난 후 소나무 속에 송이버섯이 피고 있다
잘 익은 복숭아만 보면 너인 줄 알았는데
너는 봉곳 송이로도 솟아 나오는구나
간벌을 사칭한 벌목당한 반도에 권력의 웃음 그칠 날 없는 땅,
검게 그을린 하늘에서 심판처럼 물이 쏟아지거나
쩍쩍 땅이 갈라지기라도 하면
당신이 당한 상처만큼 갑절이나 나도 되갚아주고 싶었다
지금도 태풍에 넘어진 나무를 뒤집어 보면
빛깔 고운 너의 미소처럼 버섯이 약초로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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