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등(背)에서 세상을 배웁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본문
어머니의 등(背)에서 세상을 배웁니다
-박종영-
처서 지나고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마늘씨를 다듬는 어머니의 작고 초라한
등을 한참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자식 넷을 키워낸 서럽고 힘겨운
삶의 무게를 이겨내며 한평생 지켜온
하늘 같이 은혜로운 등임을 알았습니다.
누구나 마주 보면 얼굴이 말을 건네고
눈빛으로 사랑을 전하고, 표정으로 마음을 드러내며,
목소리로 정을 나누는 것이 생각의 나눔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등은 침묵으로 모든 것을 기대게 하며
다독이고 참아낸 인고의 세월을 보여줍니다.
눈을 크게 뜨고 찬찬히 등을 살피면
나이테처럼 겹겹이 묻어 나오는 아픈 사연들,
버거웠던 삶의 무게, 기쁨으로 충만했던 빛나던 시절,
돌탑처럼 쌓아 올린 엄한 세월이 층계를 이루며
살아감을 훈육하는 외로운 어머니의 등(背)입니다.
살아있음으로 어머니의 등을 바라보는 행운은
그 등에 삶을 기대며 성장한 세월을 헤아리는 시간,
삶의 애환은 등에도 깃들어 있다고 했습니다.
어머니의 등으로 흐르는 세월을 등한시한 후회가
눈시울을 뜨겁게 적시고 있습니다.
하루에만 이고 지고 수 많은 시간을 견뎌낸 야윈 등짝,
묵묵히 걸어가는 뒷모습에서 놓쳐버린 수많은
사랑과 그리움이 서럽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말이 없어 더 진실하고, 소리가 없어 더 뭉클한
이야기가 빛나고 있습니다.
해 질 녘 하루의 품을 마치고 귀가하는
피곤한 노동의 수고로 옹이가 박힌,
어머니의 등(背)에서 진솔하게 살아갈 세상을 배웁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