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짐니 ( 아주머니 )
페이지 정보
작성자본문
아짐니 ( 아주머니 )
ㅡ 이 원 문 ㅡ
눈도 많이 내렸겠다
마당 쓸어 놓았으니 아짐네나 가자
가서 막걸리 한 잔 얻어 먹고 이야기나 들어야지
오늘은 무슨 이야기 하실려나
아짐니 계세요 인기척에 문 열어보는 아짐니
그래 어이와 추운데 어서 들어와
오늘 따라 군불도 넉넉히 집혀 놓았지
화롯불도 꾹꾹 눌러 담아 놓고
아저씨는 어디 가셨어요
그럼 어디 안 가고 배겨 마침 오늘 장날인데
아침 일찍 차려 입고 나가더니 여적 안 오네
뭐 살거나 있나 괜히 장 구경 하러 갔지
참 내 정신 좀 봐라 막걸리 한 잔 줄까
어제 걸러 놓은게 있으니 퍼 담으면
주전자로 한 주전자는 되겠지 뭐
안 주는 엊그제 제사 상에 올린 것이 남았어
전 부친거 하고 반찬 몇 가지
그거면 안주 되겠지 그래 한 잔 하세
그리고 내 이야기 좀 들어 보게나
오늘도 오다가 분명히 장터 그 주막집에 들렸을 것인데
얼마나 퍼 마시고 들어올지 여적 안 오네
언젠가 한 번은 그 집에서 자고 왔어
저물어 그랬는지 어째서 그랬는지 자고 왔어
그래서 내가 쫓아가 뒤집어 놓았지
안 그러더니 또 그러네 또 한번 가야 하나
에지간히 속 썩이는 영감탱이 나 이렇게 살았어
찔레꽃에 속은 죄가 이렇게 큰가
처음에는 안 그러는 척 하더니 그러네
이 몸만 알고 사는 줄 알았어 속았지 뭐
때에 일이나 하면은 그것도 아녀
장에 간다고 핑게 대고 그 주막집 가니
어떻게 말리나 몇 번 눈 감아주었어
그 년이 뭐 그리 좋다고 가는지
눈 한 쪽이 찌그러진 년인데 주댕이만 뻘건 년
때만 되면 눈치가 벌써 달러
이제 아주 버렸네 왠병알 놈의 영감탱이
쌀이나 안 퍼 나르면 그것으로 다행이지 뭐
아범 안주 뭐 좀 더 줄까
자네도 계집 속 썩이지마 불쌍한 것
여자는 맨날 속아 사는게 여자여
속아주고 눈 감아 주는게 여자이고
머슴 이제 그만두고 우리 논이나 병작해
이제 힘들어 일도 못하겠네
영감탱이라고는 밖으로 나돌기만 하고
이제 늙었어 몸이 옛날 같지 안어
이렇게 저렇게 한 세월 여기까지 왔네
말하면 다 뭐하나 속만 상하지 뭐
이렇게 살았어 남 부끄러워 말 못하면서
이제 남은 날 몸뚱이나 성해야 할텐데
아범 취하나 집에 갈려고
네 아짐니
요 며칠 있으면 영감탱이 생일 날이여
그때 또 놀러와 안주 감 넉넉히 남겨 놓을께
벌써 해가 기우는구나
그럼 가 어서 가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람 살아가는 모습이
도긴개긴처럼 보이지만
정작 안고 있는 걱정거리나 생각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것뿐, 힘들게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고운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하영순님의 댓글
인심 좋은
아주머니 요즘 세상엔 좀 귀한 분입니다
이원문 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