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열쇠
페이지 정보
작성자본문
소중한 열쇠
- 박종영-
셋방살이 10년을 살다 보면
사람 눈치 보는 요령이 익숙해지고
방 한 칸의 소중함을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월세방을 얻으러 갔을 때,
집주인이 월세계약서를 앞에 놓고
식구가 몇 명이고, 애들이 몇이냐고 다그쳐 물어보면,
나도 모르게 죄인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주인여자의 눈을 피하려고 고개를 돌리던
옹색한 그때를 생각하면 저절로 눈물이 돈다.
사방 여섯 자 반듯한 방 한 칸은
아득히 먼 신기루처럼 잡히지 않고 떠 있는데,
메밀눈 같은 주인의 눈치를 살피는 자식들은
정겨운 말소리, 기쁨의 웃음을 참느라
얼마나 목이 메었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집주인의 간섭을 대꾸하다가 미움을 받으면
방을 삐라고 할까 봐 전전긍긍했던 시간을 이겨내고
피나는 절약으로 내 집을 마련한 억만장자 같은 지금,
궁핍함이 사라져 오지게 자유로울 수가 없다.
첫 봄마다 이삿짐을 안 싸도 되는 내 집을 가졌으니
솟을대문에 이름 석 자 반듯한 문패를 달고
달동네 월세방을 평정하는 슬기로운 오늘
저절로 올라가는 어깨춤, 이런 게 삶이고 빛나는 인생인 것을,
대청마루 곱게 닦은 바닥에 얼굴 하나 밝게 웃고 있다
창문을 열어 살찐 바람맞아 드리니 행복한 시간이 배부르다.
지난날 주택복권 판매점 앞에서 콩나물 살 오천 원을
만지작 거리던 부끄러운 마음이 오늘은 생명의 추억이다
어두운 세월 단칸방 주인의 오만한 눈빛을 닮지 못하게
억지로 잠을 재우면 칭얼대던 아이들의 눈물은
삶의 덕목으로 경건한 교훈이 되었고,
그 세월 잊지 않기 위해 질긴 끈에 매단 은빛 열쇠는
오래 간직해야 할 소중한 행운의 이름으로
오늘은 더 유난히 반짝 거린다.
댓글목록
하영순님의 댓글
잘 지내시죠 박종영 시인님
서민의 아픈 마음을 대필 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종영님의 댓글의 댓글
반갑습니다. 하영순 시인님
안녕하시지요? 안부 전합니다.
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이곳 목포는 대설 주의보가 내려지고
눈이 많이 왔습니다.
함께한 시간 감사합니다.
건승하십시오 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