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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언덕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1,635회 작성일 20-04-21 22:40

본문

바람 부는 언덕

 

4월 하순은 도시의 허파가

연녹색 피를 수혈 받으며 펌프질을 한다.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를 바람이

두렵던 기억을 뇌리에 대 못질 하며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 채 행패를 부린다.

오늘도 버릇대로 그 언덕을 오를 때

머리를 풀어헤친 바람은

실성한 모습으로 내 얼굴에 모래를 뿌렸다.

나는 자의식이 형성되기 전에 백일해를 앓았다.

내 영혼이 강풍에 강 건너로 불려갈 순간

어떤 페니실린에 의해 기사회생했다.

영롱한 꿈이 뭉게구름을 탈 때

소름끼치는 강풍은 꿈을 빼앗아 시궁창에 던졌다.

백의 천사가 건네 준 스트렙토마이신이

엉덩이 근육을 깊이 뚫고 들어와 꿈을 건졌다.

폭풍이 불 때면 나는 손을 내밀었고

여지없이 달려온 강한 손이 붙잡았다.

바람이 아카시아나무 위를 달린다.

지금은 붉은 햇살을 언덕너머로 끌고 간다.

엊그제 막 피어난 연한 순이 상처를 입었다.

그래도 나는 하나도 두렵지 않다.

파랗게 돋는 풀잎이 울며 나를 바라본다.

나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이정도의 바람을 맞아야 세상을 산다.

네댓 차례 강풍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

꿋꿋이 서 있을 때 드디어 제 구실을 한다.

오늘 부는 바람은 하나도 춥지 않다.

2020.4.21


댓글목록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정심 김덕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바람부는 언덕에 섰을 때
인생의 바람이 너무 거셀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 강한 바람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이정도의 바람을 맞아야
이 세상을 살 수있는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삶이 정말 지금 세상에서
필요한 삶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귀한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건강하셔서
따뜻한 봄날 되시기 바랍니다.

이원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원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시인님
어제 세차게 그리 바람 불더니 저녁의 밤에는
눈발이 조금 날렸지요
꽃샘 추위도 아니고 이상한 날씨인데
겨울이 아직 꼬리를 못 감춘 것 같아요
잘 감상했습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국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더니
이어서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제법이나 쌀쌀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럼에도 봄꽃은 화사한 미소 잃지 않고
봄날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백원기님의 댓글

profile_image 백원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께서도 바람부는 언덕에 서계셨나 봅니다.  봄바람치고는 대단한 강풍이였습니다.  자연도 가다가다 심술을 부리는데 인간은 더하리라 생각됩니다.

藝香도지현님의 댓글

profile_image 藝香도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도 강풍이 불어
다시 겨울로 돌아 간듯합니다
그 동안 광풍이 몰어쳐서
이제는 강풍도 면역이 되었습니다
고운 작품 감사합니다
남은 시간도 행복하시기 바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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