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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이 사내를 삼키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노장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322회 작성일 23-01-06 07:47

본문

담벼락이 사내를 삼키다  /  노장노 최홍종

 

 

 

사내는 동네어귀에 와서 먼저 휘 둘러 본후

슬쩍 담벼락에 개 시늉을 먼저 해 놓고

조금 지나 전봇대에도 한 쪽 다리를 들고 찔끔거린다.

이것이 좋은 미봉책彌縫策이라 굳게 믿고 있다.

 

쫙쫙 삘 던 담배꽁초를 멋 부리듯이 휙 날려 보내고

고래고래 목청껏 외치던 유행가도 숨을 삼킨다.

시치미를 떼고 면허취소 수준은 아니니

이 골목에서 정신 줄을 놓아서는 안 된다

 

얼마 전 한 친구가 이곳에서 실종되었다는 소문이고

엉금엉금한 담벼락 귀신이 순식간에 훑어간 것이다

가로등이 비추니 한결 마음이 놓이지만

어느 순간에 살아 질 수도 있다

 

리어카 행상하는 힘 좋고 사람 순한 박씨 아저씨도

사실은 동네 엉큼한 과부의 수작酬酌이라 하고

휴지 박스 줍는 장 노인도

혼자 사는 할머니의 정분情分을 받아드려

봉변을 당했다는 소문이 있지만

확인된 뒷말은 아니고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싶어 안달이다

진즉에 골목에 씨씨 TV인가 뭔가를 달아야 하는데

휴 하고 골목을 빠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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