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에는 연애를 하고 싶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본문
비 내리는 날에는 연애를 하고 싶다 / 유리바다이종인
메말라있는 것보다 촉촉한 눈빛과 입술이 나는 좋다
세상에 있는 모든 눈과 입술은 수분을 찾아가기 마련이다
비 내리는 날에는 연애를 하고 싶다
피부가 서로 뒤엉키는 땀이라도 좋다 물 같은 사연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제오늘 계속 비가 내렸다
레바논의 푸석한 땅 가운데 모아둔 모래시계에 힘줄이 돋고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리던 밤이었다
잠깐만요, 너무 욕심이 많아요
모래가 아래쪽으로 수북 쌓였고 나는 쇠하였으나 너는 이제
나에게 연애를 기대하지 마라
내가 지금 연애를 한다면 그것은 그림자이며 실루엣이다
몇 날며칠 비가 내리는 날에는 연애를 하고 싶다
모든 것이 젖어 있는 깊은 밤에 시방 내 침대 위로
나무와 풀들이 각자 숨겨둔 물을 손에 들고 올라오고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