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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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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원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60회 작성일 24-04-21 08:58

본문

   봄 저녁

                                     ㅡ 이 원 문 ㅡ


긴긴 이 보릿고개에 저녁 바람 불어오고

점심의 양지 잃어 배고프고 춥다

설기도 서로운 봄날의 교훈인가

허기에 저녁 바람은 그리 부는지

송홧가루 뿌연히 앞 산을 덮는다


보이는 것 마다 산도 설고 물도 서로운 봄

이 세상 먹을 것 먹을 것밖에 더 있나

움켜진 배에 쪼로록 소리 귓전에 가르침인가

밤이어도 눈 꺼플이 눈을 못 덮고

뜬 눈의 소쩍새 울음에 더 서롭다


보리꽁댕이라도 넉넉했으면

죽 한 그릇에 보내는 밤

그 죽이 뱃고래를 얼마나 채우겠나

송깃에 무릇 싸라기 쑥 버무림에 보리 개떡

그나마 개떡에 조 밥은 있는 집의 별미였었나        


허기 달래려 뒷산의 송깃 훑어 먹을 때

그것이 허기를 달래어 줄만큼 달래어줄까

보릿고개의 긴긴 고개 그 고갯만큼이나 긴긴 하루

장독대의 송홧가루가 그 마음을 헤아리기나 했나                      

눈 꺼플이 눈 못 덮는 밤 그 눈꺼플에 이 두 눈이 아주 덮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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