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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숲에서 잠들어 있는 너희 어린이들에게 =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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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27회 작성일 24-08-20 20:48

본문

구름 숲에서 잠들어 있는 너희 어린이들에게

=최지은

 

 

    내 눈동자 안으로 미모사. 나란히 양쪽으로 줄 서 있는 이파리. 할머니는 손가락 끝으로 잎을 살짝 건드려 보여준다. 느리게 움직이는 미모사. 이파리가 접히는 그 짧은 사이

    무언가 나를 스쳐 지나갔다. 단 냄새가 났다.

    덥고 느린 바람. 땀에 젖은 이마 위로 머리칼이 달라붙는, 초여름의 냄새. 할머니에게서 풍기던. 달곰하고 조금 시큼한.

    나는 그 여름 속에 들어와 있었다.

    몸속에 깊숙이 잠겨 있던 단 냄새가 올라왔다. 눈동자에는 미모사. 할머니의 뭉툭한 손가락. 두껍고 부서진 손톱. 그 풍경 속에서 박새가 지저귀는 소리

    숲이- 숲이- 숲이-

    그걸 듣고 있는 내가

    슬픔 슬픔 슬픔 응얼거리고,

    슬픔 숲이 슬픔 숲이 슬픔, 새들과 같이 떠들고, 낮잠 자던 할머니는 일어나지 않았다. 눈동자 안으로 여름 구름이 지나갔다.

    석양이 붉고, 구름은 느리게 어두워져갔다. 나는 검은 구름 숲으로 숨었다. 그때부터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갈 길이 없어 자꾸 멀어지는 나의 집. 끝없이 끝없이 구름 숲이 계속되었다.

    단 냄새를 찾으러

    단소 끝으로 담벼락을 탕탕 치며 집으로 걸어가던

    그해 여름 속 길어지는 골목에서

    숲이- 숲이- 숲이-

    새들만 나를 놀리듯 따라다녔다.

    할머니는 돌아갔다. 백년 전 할머니가 태어나고. 아직 말을 몰라서 비밀을 모르던 그때로 할머니도 돌아갔다.

    수백년이 지나면 모두 깨어날지도 모른다는 말을 할머니가 들려준 적도 있었다. 그 말을 다시 들으려 하루에도 여러번 잠에 들었다.

    눈꺼풀 위로 노란 석양빛이 아른거리고 있다. 꿈이 지나 갔지만 눈을 감은 채 누워 있었다.

    설, 늦은 오후였다. 몸 안으로 다시 숨어드는 달고 조금 뜨거운 것.

    혼자였다.

    나의 백년도 지나가고

    말을 잃어버린 처음으로 잠시, 돌아간 것처럼, 아무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시작하는사전 문학3엮음 창비 최지은 126-128p

 

 

   얼띤感想文

    누가 문을 두드린다 대답하지 않았다 문을 또 두드리며 문 앞에 서 있는 남자 우체국 택배 기사였다 그냥 모른 체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문 앞에다가 무엇을 놓고 그냥 가버렸다 그가 간 이후, 한참이나 지났을 때였다 무엇일까 바지를 입고 바깥에 나가 상자 하나를 슬며시 끌며 이쪽으로 가져다 놓았다 칼로 금을 긋고 안을 들여다보니 그림 한 장 있었다 지난번 경매시장에서 산 그림이었다 물동이를 이고 있는 여자 둘 아니 셋 아니 넷으로 보이기도 한데 분명 머리는 셋이었다 물동이는 셋 한 명의 여인은 긴 머리로 허리까지 내렸으며 두 명의 여인은 족두리로 말아 올렸다 검정 여인에 검정 물동이 초록 여인에 초록 물동이 빨강 여인에 빨강 물동이 그리고 노랑, 바탕은 회색 천 같은 것인데 왼쪽 위는 얼룩이 일고 무언가 감추고자 지운 자국이었다 그림값이라야 얼마 되지 않았지만, 택배비가 13,500원 그림값 8,000원에 비하면 턱없이 비싼 가격이다 그 그림을 웃는 얼굴 옆에다가 놓고 오랫동안 감상했다 얼굴은 없지만, 얼굴 형태만 있고 모두 좌측으로 걷고 있었다 가만히 보면 백제의 여인처럼 보이고 머리 위 얹은 항아리는 옹관처럼 둥글었다

 

    그냥 일기다. 崇烏

 

    위 시에서 사용한 몇몇 시어를 본다. 할머니는 자의 제유며 곧 죽음을 맞을 것으로 보면 신은 못 미치나 신발에 겨운 자다. 단소는 악기의 한 종류지만, 여기서는 시니까 짧은 소처럼 읽는다. 백 년은 하얀 눈밭을 거니는 시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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