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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박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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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76회 작성일 25-04-30 10:41

본문

환절기 -​ 박연준

 

지나치게 묽어지는 새벽을 걱정했다

 

​ 빨래를 하다

양손이 서로에게 달려들고 있다는 생각

 

이미 밀봉된 꿈속에서

치통을 앓는 아버지가

등허리를 고치처럼 말고 우는 소리

눈물은 위를 향하는 법이 없다

머리칼의 질량으로 아픔을 견디어보세요

당신은 이미 시간을 다 썼는걸요

 

가끔 절망한 내 모습을 보고 싶어

혼자 사진을 찍었다



(시감상)


여명의 시간이 오면 어둠도 빛의 절벽으로 투신하는 것처럼 계절과 계절 사이, 환절의 물녁이 오면 숙환처럼 감기를 앓기 일쑤였다. 환절은 나의 의지가 도달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었을까. 겨울을 견딘 나무들이 팝콘처럼 봄꽃을 틔우듯 환절은 겨울숲을 견뎌낸 다람쥐의 얼어붙은 손톱자국이었다. 내가 견뎌내야만 하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피멍 든 물녁이다. 희망은 환절이라는 바닥에 엎드려 나지막이 속삭이는 신의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릴 때 비로소 눈물처럼 온다는 것을 혼자 찍은 사진 속에 거울처럼 얼굴을 들이민다.



(시인프로필)


순하게 빛나는 것들을 좋아한다. 세상 모든 ‘바보 이반’을 좋아한다.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동덕여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에 시 '얼음을 주세요'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밤, 비, 뱀』과 장편소설 『여름과 루비』, 산문집 『소란』, 『쓰는 기분』, 『고요한 포옹』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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