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경로를 읽다/ 박봉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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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50824』
태풍의 경로를 읽다/ 박봉준
가을 길목에
고래 한 마리가 폭풍으로 온다
하늘땅만큼 큰 고래는
빼꼼히 눈만 내놓고 구름 속에 숨었다
매스컴은 고래가 지나갈 경로와 난폭성을 경고하고
고래의 최후에 대해 예측하지만
고래가 해마다 되돌아오는 건 먼 옛날 뭍에서 바다로
간 고래의 기억에서 유영하는 향수 때문이다
숨비소리 가득한 바다
그 열기를 참지 못하고 화산처럼 포효하다가
저기압으로 산화하는
그해 여름에도
비 오는 밤 열병으로 펄펄 끓던
스무 살이 있었다
상상인 시선 063 (참, 말이 많습니다 40쪽)
(시감상)
올여름은 유독 태풍이 없다. 다행일지 모르지만. 대신 폭우가 잦다. 그동안 참 많은 태풍의 피해를 겪었다. 적당하게 비만 내리면 좋겠다. 태풍과 고래와 바다와 다시 돌아오는 습성에 대한 시인의 비유가 참신하다. 기억에서 유영하는 향수. 아마 사람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매일 귀가 하거나 고향을 떠났다 다시 돌아오거나 한다. 사는 모든 일이 섭리 가운데 존재한다. 결국 답은 섭리로 귀결되는 것. 인생이다. 저기압으로 산화하고 마는 모든 낡아버린 청춘의 잔재들이다. 우리는. 그래서 태풍의 경로를 읽을 줄 아는 것이다.
(박봉준 프로필)
2004 시와 비평 등단, 두레문학상, 강원문학상, 강원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집(참, 말이 많습니다-2025)(입술에 먼저 붙는 말) (단 한 번을 위한 변명)

박봉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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