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김 / 최정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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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김 / 최정례
잊어버린 건지 기억하는 건지
비가 내린다
말인지 침묵인지
비가 내린다
누구의 편을 들어줄까
비가 내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비, 내려야만 하는 비
수백만개의 발을 내던지며
신경질을 부리며
신호등 앞인데 앞이 안 보여
한발짝도 내디딜 수가 없어
소리치는 비
산란하는 불빛 칼날 그어대며
광포학 퍼붓는 비
다리에 깁스를 하고 그 발에
슬리퍼를 꿰어 신고
다른 한쪽은 젖은 구두고 왔던
그날의 비
아니, 그 발을 하고 이 빗속을
왜?
내 표정을 살렷던 너의 젖은
눈과
산발한 머리카락으로
서로를 찢던 비
후회로 가득 채웟던 비
우산을 쥐고 있던 너의 손등이
내 입술 근처에 있었는데
퍼붓는 비
눈도 눈썹도 검은 꽃잎처럼 깜빡이고
너의 손등이 내 입술에 닿을까 조바심치던 비
입술 가까이에서 유실된 비
어디 가닿지 못하고
국지성 호우 속에
수십년 갇혀 있는 비
최정례 / 빛그물
얼기설기
“비”는 여기서 삶의 걸림돌이거나 인간관계의 부적합한 거리와 깁스를 하고도 절뚝이며 걸어야 하는
비가 오나 천둥이 치나 출근은 해야 하고 할 일은 처리해야 하고 돈은 벌어야 하고
점심은 먹어야 오후를 버틸 수 있고
수능을 보고 온갖 관문을 통과 해야만 비로소 대학(큰 학문)을 들어 갈 수 있는 세상.
너한테만 국지성 호우가 내리는가? 아니다 자세히 보라 인간의 머리 위에는 줄기처럼 뻗어나간 곳에서
물벼락이 내린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해 보라는 듯이 ....... 둥둥둥 떠다니는 인간상실이
빗물에 쓸려 떠다니고 있는 발 앞거리에서 오늘도 여전히 태연하게 일상으로 변함없이
그에 어울리는 양 만큼 비를 맞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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