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이라는 말 / 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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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근의 아침을 여는 詩]
첫, 이라는 말 / 고영
새해 새아침
첫, 이라는 말을
입속에서 굴려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 금세 따뜻해지네
첫날, 첫걸음, 첫눈, 첫사랑, 첫정, 첫인상
첫딸, 첫날밤, 첫술, 첫국밥, 첫손, 첫인사……
하늘의 첫,
바다의 첫,
당신의 첫,
그렇게
한 사나흘 입속에 갇혀도 좋을 만큼
이 세상
첫, 마음으로 건너보고 싶네
―고영 시집, 『당신은 나의 모든 전말이다』 中
[詩 감상]
이 시는 말의 시작에서 계절 하나를 꺼내 든다
‘첫’이라는 짧은 음절이
혀에 머무는 동안 마음은 서서히 밝아진다
나열된 ‘첫’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다시 살아보고 싶은 순서표다
첫날과 첫걸음 사이에서
우리는 아직 다치지 않았고
첫눈과 첫사랑 사이에서는 설명보다 설렘이 앞선다
하늘의 첫, 바다의 첫을 지나
당신의 첫에 이르기까지
말은 방향을 얻고 마음은 길을 연다
이 시는 새해를 다짐하는 방식으로
서두르지 않는 시작을 가르친다
그리고 처음을 오래 굴려
온기를 간직하는 법을 우리에게 조용히 건넨다
(양현근 / 시인)
https://www.pol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2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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