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관 /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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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근의 아침을 여는 詩]
입관 / 마경덕
하얀 보에 덮여 누워있는 어머니
둥근 베개 하나가 무거운 잠을 받치고 있었다
장례지도사인 젊은 염습사는
보 밑으로 손을 넣어 익숙하게 몸을 닦았다
감정은 삭제되고 절차만 기억하는 손길로
미처 살아보지 못한 생의 끝자락을 만지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주검을 갈무리하여 먼 길을 떠나보냈을까
저 숙련된 손길은 어느 날, 떨어져나간 단추를 주워 제자리에 달듯
벌어진 틈을 메우고 있는 것
하얀 종이로 싸늘한 몸을 감싸는 동안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살아온 족적이 다 찍힐 것 같은 순백의 백지는
어머니의 마지막 속옷이었다
자식들이 사준 속옷은 장롱에 켜켜이 쌓아두고 구멍 난 내복만 입던 어머니
며느리에게 퍼붓던 불같은 성깔도 다 시들어
몇 장의 종이에 차곡차곡 담기는 순간,
눈물이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다 젖었다
어머니, 편히 가세요 그동안 미워했던 것 다 잊으세요
진심으로 시어머니를 부르며 딸인 듯 목이 메었다
습신을 신은 발, 앙상한 손을 감싼 악수幄手를
꼭 쥐어보았다. 이 작은 손이
밥상을 밀치고 내 가슴을 후볐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던 막내시누이는 꺽꺽 짐승처럼 울고
나는 입을 막고 흐느껴 울었다
당신이 손수 장만한 치자 빛 수의를 입고
허리띠를 나비리본처럼 단정히 묶은 어머니
어느새 떠날 채비를 다 마치었다
지긋지긋한 암 덩어리는 곱게 포장되어 입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계간 《문학사계》 2012년 봄호
[詩 감상]
이 시는 죽음을 바라보는 장면보다
그 죽음 앞에 남겨진 관계의 무게를 보여준다
입관이란 말은 사람이 죽으면 관(棺)에 시신을
모시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에도 일정한 절차가 있다
하얀 보와 종이, 순백의 사물들은
정결함이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色이다
절차에 익숙한 염습사의 손길은
위로보다 먼저 도착한 엄연한 현실이며,
그 담담함이 슬픔을 더 또렷하게 만든다
몸을 닦고 싸는 동안 사라지는 것은 생이 아니라
말하지 못한 마음의 층위들이다
새 속옷을 남겨두고 해진 내복을 입고 살았던 어머니의 습관은
사랑과 인내가 뒤섞인 삶의 증거처럼 남는다
미움과 연민, 두려움과 이해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순간
눈물은 감정이 아니라 늦게 도착한 화해가 된다
이 시는 죽음을 애도하기보다 끝내 받아들이게 되는
한 사람의 삶을 조용하게 그리고, 깊게 품는다
(글 / 양현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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