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전쟁 / 김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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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전쟁 / 김부회
말귀도 못 알아듣는다고 구시렁구시렁
팔십 삼세 엄마
십 원짜리 고스톱 치다 늦게라도 오면
허구헌 날 늦는다며 구시렁구시렁
아흔 아버지
투덕투덕 육십 년
그 다툼,
아흔 넘어 백 살 너머 그 너머까지
맨날 했으면
―2023 지하철 시민 공모 당선작
[시 감상]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며 구시렁구시렁, 팔십셋 엄마.
늦게 오면 허구헌 날 늦는다며 구시렁구시렁, 아흔 아버지.
서로를 향한 불평은 낡은 라디오처럼 매일 켜지고,
그 소리가 곧 하루의 시작이자 끝이 됩니다.
“십 원짜리 고스톱” 같은 소소한 풍경이
노년의 시간을 더 또렷하게 만들고,
투덕투덕 육십 년은 한 줄로 적혀도
그 안엔 수많은 저녁과 새벽이 눌어붙어 있지요.
다툼은 미움이라기보다
함께 살아온 습관의 언어처럼 들립니다.
지겨워도, 또 듣게 되는 목소리.
마지막의 “백 살 너머 그 너머까지 맨날 했으면”은
오래 오래 살아 계시라는 소망입니다.
전쟁 같은 구시렁이 계속된다는 건,
그 집에 아직 온기가 남아 있다는 뜻이니까요.
(글 / 양현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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