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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현근 시인의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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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를 생각함 / 성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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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9회 작성일 26-01-03 11:35

본문


 

를 생각함

 

    성영희

 


포구 사람들은 등이 배다

서로 기대어야 따듯한 등의 속성을

등대에 심어 두고

어두운 밤 어선의 길잡이로 삼는 것도

배에 대한 등의 지극함이다

 

만선으로 돌아와 몸을 풀고 난 배를 보면

열 달을 품고도 애지중지하던

어머니 쭈글하던 뱃가죽이

삶이 곧 짐이었던

아버지 야윈 등이 생각나

그 쓰라린 슬픔에도 노을은 지고

 

등이 꺼지면

바다와 파도도 함께

흔들리는 것을 알아서

포구 사람들은 배에다 집어등을 다는 것일까

놓았다가 당기는 그물처럼

매었다가 풀어 놓는 밧줄처럼

동살을 열고 오는 고깃배들

 

그러니까

사람 없는 포구는 항로를 잃은 배

드넓은 바다에다 온종일

끝없는 문장들을

썼다 지우고 지웠다 다시 쓰는 파도 같아서

그걸 지켜보는 등대만 같아서

 

―《글빛문학2025 봄호

 

 

[시 감상]

 

이 시는 포구를  하나로 일으켜 세웁니다.

포구 사람들의 등은 곧 배이고, 서로 기대어야 따뜻해지는

체온은 등대의 빛으로 심어집니다.

어두운 밤, 그 빛은 어선의 길이면서 동시에

서로를 잃지 않게 붙잡아 주는 약속입니다.

만선으로 돌아온 배가 몸을 풀어 놓을 때,

배의 곡선은 어머니의 쭈글한 뱃가죽으로 겹쳐 오고,

삶이 곧 짐이었던 아버지의 야윈 등이 따라옵니다.

노을은 그 쓰라린 슬픔 위로 아무렇지 않게 져서, 오히려 더 아립니다.

집어등은 흔들리는 바다를 아는 이들이 달아 둔 작은 위로,

바다와 파도가 함께 흔들린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는 불빛입니다.

그물처럼 놓았다가 당기고, 밧줄처럼 매었다가 풀어 놓으며

포구는 하루의 생을 건너고 또 건넙니다.

그래서 사람 없는 포구는 항로를 잃은 배.

파도는 끝없는 문장을 썼다 지웠다 다시 쓰고,

등대는 그 글을 끝내 지켜주는 눈빛으로 서 있습니다.

(글 / 양현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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