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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현근 시인의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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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이 사는 집 / 이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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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6회 작성일 26-01-1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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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찬찬히 들여다 보기]


                     독거노인이 사는 집 / 이명윤

 

 

  그날 복지사가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에 노인이 느닷없는 울음을 터뜨렸을 때 조용히

툇마루 구석에 엎드려 있던 고양이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단출한 밥상 위에 내려놓은

놋숟가락의 눈빛이 일순 그렁해지는 것을 보았다. 당황한 복지사가 아유 할머니 왜

그러세요, 하며 자세를 고쳐 앉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흐느낌은 오뉴월 빗소리처럼

그치지 않았고 휑하던 집이 어느 순간 갑자기 어깨를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뭔 일인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니, 벽에 걸린 오래된 사진과 벽시계와 웃옷 한 벌과 난간에

기대어 있던 호미와 마당가 비스듬히 앉은 장독과 동백나무와 파란 양철 대문의 시선이

일제히 노인을 향해 모여들어 펑펑, 서럽게 우는 것이었다.

 

이명윤 시집 , 이것은 농담에 가깝습니다(걷는사람, 2024)

  

 

독거노인이 사는 집을 읽으며

사물들이 먼저 알아본 울음

 

                                                                                                                                             글 / 양현근 시인

  

 

  이 시는 울음으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울음은 이미 터져 있었고, 시는 그 울음이 어디까지 번져가는가를 조용히 따라갑니다.

 

  복지사의 무심한 한마디에 노인이 터뜨린 울음은 인간 사이의 말로는 수습되지 않습니다. "왜 그러세요"라는 질문은 도착했으나, 울음은 멈추지 않습니다. 시는 바로 그 지점에서 방향을 바꿉니다. 말이 아니라 사물이 반응하는 쪽으로 시선을 옮기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반응하는 존재는 고양이입니다. 툇마루 구석에 엎드려 있던 고양이는 노인이 단출한 밥상 위에 힘없이 내려놓는 숟가락에서 노인의 설움을 읽어냅니다. 고양이는 울지도, 움직이지도 않습니다. 다만 바라볼 뿐입니다.

 

  시는 감정을 과잉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감정이 사물의 시선에 포착되는 순간을 정확히 붙잡습니다. 이때 울음은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집 안의 공기가 됩니다.

 

  복지사는 뒤늦게 수습에 나서지만 울음은 "오뉴월 빗소리처럼" 그치지 않습니다. 이 비유는 단순한 지속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뉴월의 장대비가 그러하듯, 이 울음은 심장 속으로 스며들어 막을 수 없는 것입니다. 노인의 울음은 순간의 폭발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의 누적이기 때문입니다.

 

  시의 후반부에서 집은 갑자기 "어깨를 들썩거리기 시작"합니다. 집이 운다는 이 장면은 과장이 아닙니다. 시는 집을 단순한 배경으로 두지 않고, 기억을 저장한 살아있는 존재로 끌어올립니다.

 

벽에 걸린 오래된 사진과 벽시계

웃옷 한 벌

난간에 기대어 있던 호미

마당과 장독

동백나무와 파란 양철 대문

 

  이 나열은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이들은 노인의 삶과 시간을 함께 견뎌온 증인들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사물들이 하나같이 '시선'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시선들이 일제히 노인을 향해 모여들어 "펑펑, 서럽게" 웁니다. 이 순간 울고 있는 주체는 노인 한 사람이 아닙니다. 울음은 집 전체, 더 나아가 한 삶의 총합으로 확장됩니다. 제목에 독거라는 말이 있지만, 이 집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이 시는 연민을 강요하거나 섣불리 교훈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한 인간의 울음이 사물과 공간을 통해 어떻게 증언되는지를 끝까지 따라갑니다.  동사무소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시인은 이 모든 것을 가슴으로 기록합니다. 그리고, 독자를 억지로 울리기보다울음이 생겨나고 번져가는 과정을 조용히 지켜보게 만듭니다.

 

  「독거노인이 사는 집은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어떤 울음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오래 함께 있던 집과 사물들이 먼저 알아보고, 그때서야 비로소 울음은 세상에 도착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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