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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현근 시인의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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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 안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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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01회 작성일 26-02-05 09:17

본문

/ 안상학

 

 

몸도 마음도 청춘이라고 생각했던 그때

나는 완전하게 죽었던 것이 분명하다

아무도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지나가고

누구도 내가 흘리는 눈물을 눈치 채지 못했다

나만 이 세상에서 나를 눕힐 방 한 칸 없는 것만 같고

세상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집이 있는 것만 같았다

마음을 잃어버린 몸처럼 세상에서 나는 서러웠다

그때 내가 죽지 않았다면 그럴 리가 없었을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맞추며 노래를 부르는 것만 같았고

내가 부르는 노래는 누구도 듣지 못하는 것만 같았다

나에겐 아무것도 없었고 남들은 뭐든 다 있는 것만 같았다

옷을 벗고 미친 듯이 뛰어다닌들 누구 하나 돌아볼 것 같지 않았다

몸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세상에서 나는 외로웠다

몸도 마음도 완전한 청춘이라고 생각했던 그때

나는 무덤보다 더 깊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봄이 오는 방식이 늘 그렇듯이 봄이 봄이 아닌 봄 속에서

나는 가슴속 남모르는 꽃 한 송이만 어루만지며

내겐 꽃 피고 질 춘삼월이 없을 것만 같은 날들을 살았다

몸도 마음도 잃어버린 사람처럼 세상에서 나는 살았다

 

안상학 시집,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감상]

 

안상학의 입춘은 봄을 맞이하는 노래라기보다

봄에 도착하지 못한 시간의 기록처럼 읽힌다

청춘이라 믿었던 시절이 오히려 가장 깊은 바닥이었음을

시인은 조용히 고백한다

아무도 부르지 않은 이름,

누구도 열어주지 않은 방 한 칸의 기억이

이 시의 긴 겨울을 만든다

그러나 봄은 늘 그렇듯, 봄이 아닌 얼굴로 먼저 찾아온다

가슴속에 남몰래 만져지던 꽃 한 송이,

그 꽃이 끝내 피지 못할 것 같던 날들 속에서도

시인은 살아 있었다

입춘은 그래서 시작이 아니라,

버텨온 시간에 붙는 작은 표시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이 시에서 입춘은

계절의 이름이 아니라 마음의 체온에 가깝다

끝내 불리지 못한 노래들이

땅속에서 방향을 바꾸는 순간,

봄은 소식처럼이 아니라 생존처럼 온다

 

(/ 양현근 시인)



https://blog.naver.com/feelpoem/22417235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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