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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현근 시인의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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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편 뜰에 꽃을 풀어 / 서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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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5회 작성일 26-02-2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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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근의 아침을 여는 ]


동편 뜰에 을 풀어 / 서안나

 

 

불타는 혀를 내밀어 우리는 사랑을 약조했다

사랑의 둘레는 늘 축축하다

 

첫날에는 안개를 부르고

둘째 날 동편 뜰에 꽃을 풀어

축축한 홍매화 가지를

셋째 날 이승 밖으로 내밀기도 했다

세 번 절하고 세 번 운다

울어도 눈물이 흐르지 않을 때 살아있어도 귀신이다

입이 썩고 손이 썩어

당신은 안아줄 몸이 없는 정인(情人)

 

칠일을 꼬박 앓은 눈으로 읽는

매화는 분홍빛 곡조로 핀다

아픈 계절은 어떻게 분홍으로 깃드는지

사람이 사람에게 첫 마음으로 스며드는지

곰팡이 핀 눈동자

젖은 발목으로 가지 끝까지 걸어온

 

봄꽃이 피면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곤 했다

 

 

[감상]

 

붉은 통증으로 피어난 유색(有色)의 문장

 

  시를 읽다 보면 매화의 분홍을 보며 설레기보다, 그 색을 얻기 위해 꽃나무가 감내했을 칠일의 앓음을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탐스럽게 핀 꽃 뒤에 숨겨진 축축한 슬픔을 읽어낼 때, 비로소 시인이 풀어놓은 동편 뜰의 비밀이 온전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랑을 불타는 혀로 약조했다는 첫 문장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시인은 사랑의 본질을 달콤한 속삭임이 아닌, 온몸이 젖고 썩어가는 축축한 소멸의 과정으로 그려냅니다.


  동편 뜰에 풀어놓은 홍매화는 단순히 계절의 전령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승의 경계를 넘어 당신에게 닿고자 했던 간절한 몸짓이자, 눈물마저 말라버린 지독한 앓음의 결정체입니다. 안아줄 몸조차 없는 귀신같은 정인을 향해, 시인은 곰팡이 핀 눈동자와 젖은 발목으로 끝내 봄의 가지 끝까지 걸어갑니다.

 

  아픈 계절이 어떻게 저토록 고운 분홍빛 곡조로 피어날 수 있는지, 시인의 시선은 비극적 탐미주의의 정점에 닿아 있습니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육체적 쇠락 속에서도 첫 마음을 묻는 서늘한 물음은, 사랑이란 결국 나를 소진하여 타인에게 스며드는 숭고한 질병임을 깨닫게 합니다.

 

    (/ 양현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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