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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문학들> 신인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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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90회 작성일 17-08-08 09:50

본문

 

물의 북(鼓) (外 2편)

 

   전 결

 

 

 

소금쟁이가 웅덩이에 떠 있다

죽은 듯 있다

산 것이 산 채로 꼼짝도 않을 때

그것은 집중(集中)

발이 딛고 선 곳을 두드리는 순간

잠잠하던 물이 안테나를 펼쳤다

떨림은 울림에서 피어난다

벌레 한 마리 물 위를 지났을 뿐인데

기슭의 잎이 흔들리는 건

물의 입에서 피어난 떨림이

나무의 귀에 닿았기 때문

나무는 꼼짝 않고 귀 기울이고 있었을 것이다

테두리가 테두리를 미는 힘으로

나이테는 겹을 늘리고

겹겹의 결 한가운데 흔들리는 울음

물의 무늬를 새겼을 것이다

나무의 심연에서 일어선 소리의 결이

사방으로 퍼져나갈 때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열리는 눈과 귀는 안테나다

고요에서 일어서는 것의 무늬는 왜 둥근가

소금쟁이 한 마리 지나간 자리

북이 울고 있다

 

 

 

부드러운 추락

 

 

 

아침저녁 드나드는 골목 담벼락 위

못 보던 넝쿨, 내려왔다

내려온다는 것은 몸이 낮은 곳으로 임한다는 것

누군가 한껏 뒤꿈치 들고

너머를 그리워한 적 있다는 고백

높은 곳 올라서서 굽어본다는 말보다

너머를 사랑한다는 말

더 뜨겁다

돌멩이에 실을 매달아 다리를 놓는 걸 본 적 있다

맞닿은 곳 없는 두 벼랑 사이

처음 돌멩이가 건너고, 실이 따라가고

길이 들어서는 것 지켜본 적 있다

짐작이나 했겠는가, 내던지듯 묻어두고

잊어버린 씨앗 몇

사방 콘크리트 막힌 난간 위

터 잡고 뿌리 내려 밭을 이루었다

첫사랑, 첫걸음, 첫술

첫 자(字) 달린 소리 들으면 소주 한 병 들이켠 듯 후끈하다

외지고 막다를 곳

누군가 길을 내고 이정표를 세워 너머를 가리킨다는 것

껍질을 깬 씨앗이 싹을 올리는 일도

생애 가장 눈부신 소통을 위하여

바닥을 쳤던 밤의 기억을 뿌리에 가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이즈음 만나는 것들의 허리

부드럽고 느리게 굽는다

그리움을 가진 것들의 등뼈,

너머 쪽으로 휜다

 

 

 

적설(積雪)

 

 

 

다시 눈발이 굵어지기 시작했을 때

하필 발목이 삐끗했는지 모른다, 다만

골목 어귀에서부터 이어진 발자국이

엑스레이에 찍힌 뼈마디 같다는 생각 때문에

나는 겨울을 지나는 자작나무 숲

밑둥치를 뽀득뽀득 씻기고 싶었던 것인데

올해 가장 따듯했던 뉴스는

뒤늦게 꽃을 본 남쪽 대밭 소식이었다고

내일 사라져도 좋아, 지금이라도

아무 신발이나 문을 열고 들어와

바닥에 탁, 탁, 눈을 털어 주면 좋겠다고

겹겹 붕대를 두른다

삼동(三冬)이 빗장을 풀 때까지

골목의 집들은 쌓이는 눈에 대해 함구하고

가루약이 다 떨어질 때까지

편지는 배달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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