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봄의 문턱을 넘어온 포로들 /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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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덕 시인의 첫 에세이집 『봄의 문턱을 넘어온 포로들』은 시인의 섬세한 감각과 삶의 풍경을 담아낸 사유의 기록입니다.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여러 권의 시집과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 자신만의 언어 세계를 구축해온 그는 이번 책에서 시적 언어를 넘어 에세이로 독자와 만난다.
삶과 자연의 결을 포착한 글들 먼지, 미나리, 빗줄기, 바다, 나무 등 일상의 사소한 사물과 풍경을 통해 인간 존재의 깊은 내면을 탐구한다.
4개의 부로 구성된 사유의 여정 제1부에서는 일상의 작은 풍경을, 제2부에서는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제3부에서는 시간과 기억을, 제4부에서는 삶과 죽음, 그리고 존재의 근원적 질문을 다루고 있다.
시인의 시선으로 본 세계 시적 이미지와 철학적 사유가 교차하며, 독자는 마치 시집을 읽듯이 감각적이고 사유적인 문장을 따라가게 된다.
시인의 언어가 가진 섬세한 비유와 은유가 에세이 속에서도 살아 있다. 일상의 소소한 장면을 통해 인간의 고독, 사랑, 기억, 그리고 자연과의 교감을 탐구합니다. 시 창작 강사로 활동하며 쌓아온 경험이 녹아 있어, 글을 쓰는 이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시인의 내면 풍경을 따라가는 사유의 지도이자, 독자에게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감각의 문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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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한때 에세이에 집중했지만
나는 시인이어서
번번이 시의 편이 되었다..
오랫동안 방치한 나의 산문들.
내 눈물을 닦아주던 것들이었다.
이십 년이 흘러,
홀연히
때가 왔다.
외로움에 웅크린 나의 그늘을
이제 보듬을 수 있겠다.
맨살 / 마경덕
맨살은 순하다. 그 촉감은 연한 연둣빛 새순이다. 말랑한 풍선을 지그시 눌러도 아무 저항이 없는 것처럼 그 어떤 의도도 가지지 않는 순진무구한 아이의 맨살은 굳었던 마음마저 무장해제 시킨다.
살과 살이 만나는 곳에서 마음이 열린다. 가장 가까운 교감, 그래서 사랑하는 대상에게는 몸을 밀착시키고 싶어진다. 아기의 볼에 입을 맞추거나 연인이 키스를 하는 것은 마음이 먼저 앞섰기 때문이다.
박인환 시인은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 가슴에 남아있다.”고 했다. 맨살은 상대방의 체온을 있는 그대로 전해준다. 짙은 화장보다 맨 얼굴이 더 아름다울 때가 있다. 거짓 없이 느낌을 전해주는 맨살은 마음과 마음이 만나기에 가장 좋다.
몽돌해변 / 마경덕
하나하나 바다의 문장이다.
어느 시인은 "하찮고 심심한 것들이 세상 전부의 색을 섞어 딱딱하게 말려 놓은 것"을 돌이라고 불렀다. 참을 수 없는 하찮고 심심한 시간을 다 써버리려고 몽돌은 쉬지 않고 구르고 있을까. 온갖 것을 다 섞어 만든 지루함이 돌의 색일까.
몽돌의 주인이 땡볕에 얼마나 말려 놓았는지 파도와 뒤엉켜 굴러도 끄떡없다. 어디에서 흘러와 이곳에 닿았는지 어떤 증언도 하지 않는 둘의 자세, 내가 모르는 까마득한 시간이 저 몸에 담겨있다.
돌과 파도의 합주는 화음이 좋다. 몽돌은 파도에 살을 말리고 반들발들 둥글다. 무슬목으로 밀려오는 파도 속에는 돌 구르는 소리 서너 말쯤 들어있다.
《 봄의 문턱을 건너온 포로들》 35쪽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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