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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흰 것들은 모두 슬픈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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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회 작성일 26-05-1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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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권 시집 흰 것들은 모두 슬픈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상상인 시선 071 | 202658일 발간 | 정가 12,000| 128*205 | 176

ISBN 979-11-7490-051-7(03810)

도서출판 상상인 | 등록번호 572-96-00959 | 등록일자 2019625

(06621)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7429, 904

Tel. 02 747 1367, 010 7371 1871 |Fax. 02 747 1877 | E-mail. ssaangin@hanmail.net

 

 

시집 소개

 

김남권 시인의 시집 흰 것들은 모두 슬픈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삶의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슬픔의 기원을 집요하게 찾아가는 시집이다. 이 시집에서 슬픔은 살아 있는 것들이 피할 수 없이 지니고 태어나는 생명의 조건이며, 상처를 통해서만 확인되는 존재의 흔적이다. 시인은 나무와 벌레, 새와 강, 눈과 바다, 아버지와 어머니, 가난한 사람들과 버려진 사물들을 바라보며 이 세계의 모든 생명 안에 깃든 오래된 아픔을 읽어낸다.

시집의 제목에 등장하는 흰 것은 순수와 결백함의 상징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흰쌀밥, 흰 눈, 흰 여자, 흰빛, 흰 가루로 이어지는 이미지들은 때로 가난의 기억을 불러오고, 때로 상실과 죽음의 냄새를 풍긴다. 시인은 흰빛 속에 감추어진 슬픔의 유전자를 들여다본다. 깨끗해 보이는 것들, 아름다워 보이는 것들, 구원처럼 다가오는 것들 안에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의 계보가 숨어 있음을 그는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시집의 흰빛은 눈부신 동시에 서늘하고, 맑은 동시에 아프다.

김남권 시인의 시선은 무엇보다 살아있는 것들의 슬픔을 향해 있다. 오래된 나무에서 마지막 숨이 남아 있는 존재들의 붉은 생명감을 읽고, 피고인P告人에서 벼와 맹그로브와 인간을 하나의 생명 연대 속에 놓으며, 미안하다에서는 속이 빈 나무 안에서 살아가던 애벌레들을 보며 인간의 폭력성과 무지를 돌아본다. 이때 시인은 나무의 몸속, 벌레의 눈동자, 강의 흐름, 바다의 심장 속으로 직접 들어가 그들의 숨과 통증을 함께 겪는다. 그의 시에서 생명 있는 것들은 아름답기 때문에 소중하면서 또한 아프고 위태롭기 때문에 더 절실하게 지켜져야 할 존재이다.

이 시집에는 가난과 유랑의 기억도 깊이 새겨져 있다. 흰쌀밥 한 그릇을 앞에 두고 객지 생활의 허기를 떠올리는 장면, 돌아갈 집이 사라진 사람의 막막함, 터미널과 여인숙과 시장 골목을 떠도는 사람들의 그림자는 김남권 시의 현실 감각을 이룬다. 그는 삶을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반대로 너무 절망적으로 보지 않는다. 배고픔은 배고픔대로, 외로움은 외로움대로, 수치와 욕망과 분노는 그것대로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그 거친 현실의 언어 안에서 인간에 대한 연민을 끝내 놓지 않는다. 이것이 이 시집의 중요한 미덕이다. 슬픔을 말하면서도 감상에 머물지 않고, 상처를 드러내면서도 자기 연민에 갇히지 않는다.

특히 이 시집의 자아성찰은 날카롭고 정직하다. 시인은 세계의 죄를 말하기 전에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몸의 기억을 먼저 묻는다. 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진 존재인가, 나는 어떤 원소로 남을 것인가, 나는 누구를 다치게 하며 살아왔는가, 내 안의 흰빛은 과연 결백한가. 이런 질문들은 시집 곳곳에서 반복된다. 또한, 김남권의 시는 고요한 서정에만 머물지 않는다. 현실을 향한 분노와 정치적 발언도 강하게 드러난다. 독재와 폭력, 거짓과 혐오, 생태 위기와 인간의 탐욕을 향해 시인은 거침없이 목소리를 높인다. 이런 그의 목소리 밑바닥에는 생명을 훼손하는 모든 힘에 대한 저항이 놓여 있다. 시인이 분노하는 이유는 그가 아직 인간과 세계의 구원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흰 것들은 모두 슬픈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상처 입은 생명들의 시집이다. 동시에 그 상처를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묻는 시집이다. 김남권 시인은 흰빛의 슬픔을 통해 생명의 어두운 계보를 드러내고, 그 슬픔을 외면하지 않는 자리에서 새로운 가치와 구원의 가능성을 찾는다. 이 시집을 읽는 일은 결국 우리 안의 흰빛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다. 순수하다고 믿었던 것, 결백하다고 여겼던 것, 아름답다고 지나쳤던 것들 속에 어떤 슬픔이 숨어 있는지 묻는 일이다.

 

 

 

시인의 말

 

다시 벚꽃 피는 계절에 시를 본다.

요 며칠 집 근처 백간공원에 나가면서 올해 핀 벚꽃을 실컷 구경하고 공원 벤치에 누워 눈부시게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책을 읽었다.

산책 나온 중년의 여인들은 벚꽃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고 나는 그들 속에서 꽃비가 흩날리는 투명한 소녀들의 미소를 발견했다.

일주일 사이에 꽃잎은 모두 떨어졌고, 그 자리에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 신록의 눈부신 물결로 가슴을 설레이게 했다.

해마다 봄을 다시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축복인가, 마른 나뭇가지에서 돋아나는 별빛들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향기로운 기쁨인가.

사방에 눈을 들어 오늘은 나를 향한 자연의 화두 하나 들어야겠다.

 

 

20265월 초순

치악산 자락에서 봄을 반추하며.

 

 

 

시집 속으로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첫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모래내 사거리부분

 

 

산 것과 죽은 것들이 손잡을 수 있고

추한 것과 아름다운 것들이

하나의 품속에서 깨어나는 또 하나의 하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모두의 희망이 되는

뜨거운 물의 꽃을 피워야 한다

-바다로 돌아가야 한다부분

 

 

그리움의 무늬가 되어 너를 기다린다

늙은 별의 수염이 되어 너를 불러 본다

-등대는 눈물이 절반이다부분

 

 

오늘 아침, 반찬도 없이 양념간장에 비벼 먹은 흰쌀밥은

지난밤 폐사지에서 밤새도록 나를 응시하던

하늘의 눈이었다

-하늘의 눈을 감기다부분

 

 

택시도 없고 가로등도 잠든 터미널에서

별자리를 베고

주소도 없는 사랑을 시작한다

-터미널부분

 

 

그저 흙의 말을 전하는 낙엽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오백 년의 기억을 더듬어 볼 뿐이다

가슴이 비어야 우는 목어처럼,

-건원릉 가는 길부분

 

 

바람도 안 불고, 햇빛도 무심한데

세상은 온통 흰, 바다에 빠져 있다

-흰 번제부분

 

 

밤은 하얀 어둠 속을 걸어가는

순한 짐승이 되어 푸른 심장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이제 그를 만나러 가지 않을 것이다

-첫눈이 온다부분

 

 

저 푸른 눈 속에서 하늘 냄새가 난다

눈을 밟을 때마다 하늘의 소리가 난다

발목까지 빠지는 길을 걸어 그녀가

내게 처음 오던 날도 수선화가 만발했었다

-설화雪花부분

 

 

물드는 나무의 한 생이 되고 싶은데

마지막 순간이 오면

오래도록 네게 스며들어 물들고 싶은데

-물질의 이유부분

 

 

꽃이 피고

바람이 분다

떠날 때가 되었다

저기 흰 빛 하나 허공 속으로 걸어간다

-집엔 주인이 없다부분

 

 

시간의 경계를 건너온

질문 하나가

고요한 물결을 건너가고 있다

-모나리자의 미소부분

 

 

절대로 호기심으로라도 건드리면 안 돼

마지막 남은 빙하의 자존심이거든

-코리나의 경고부분

 

 

심장이 멎은 듯

붉은 피가 솟구쳤다

끝사랑이 시작되고 있었다

-북새부분

 

 

평생 쇠밥을 먹고도 쇠꽃 한 송이 피우지 못해

나는 아직 Fe이 들지 않았다

-쇠꽃부분

 

 

그림 같은 절벽을 뛰어내린 망자의 눈빛처럼

그리움의 표지에 너의 이름을 새긴다

샛강이여, 맨발로 서서 울음 한번 크게 울어라

-샛강도 운다부분

 

 

AA 건전지의 똥구멍으로 짜릿한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면

, , ,

검은 시계는 비로소 밀회를 즐길 시간이다

-검은 시계부분

 

 

내가 마지막으로 믿었던 바위에는

밤새도록 별의 무늬를 잊지 못하는

새들의 발자국만 남아 있다

-흉터암부분

 

 

불길 속에서 춤추고 있던 여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붉은 닻이 쓰러지고 섬은 사라졌다

-붉은 닻부분

 

 

기쁨도, 분노도, 울음도

흰 것들 앞에 서면

유일무이한 세상이 된다

-흰 것들은 모두 슬픈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부분

 

 

내 몸은 당신보다 피가 깨끗해서

백 년은 거뜬히 살겠지만 누군가의 숨을 빌려서

접시에 놓인 침묵 하나를 생명이라 부르지는 않겠다

-비건gun부분

 

 

상처는 아물 기미조차 없는데,

울컥울컥, 바람이 운다

-매미가 운다부분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흘러가는 것은

지상의 그리운 사람 얼굴이 보고 싶다는 뜻이다

-공중에도 길이 있다부분

 

 

피를 보며 살아온 지난 시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

나는 통증을 잃어버렸다

그러니까 너는

함부로 책장을 넘기면 안 된다

-책의 복수부분

 

 

외로움에 지친 눈빛이

어둠 속을 따라 들어왔다

,

별빛이 놀라 춤을 추었다

-관능적인 손부분

 

 

 

차례

 

1

 

오래된 나무/ 모래내 사거리/ 피고인P告人/ 본다/ 첫눈이 오기 전에/ 바다로 돌아가야 한다 /

등대는 눈물이 절반이다/ 하늘의 눈을 감기다/ 터미널/ 9시에서 2시 사이/ 업둥이/ 1004 버스/장미 여인숙/ 건원릉 가는 길/ 소년이 온다/ 고사리 장마/ 흰 번제/ 응암역 4번 출구

 

2

 

2024, 자화상/ 붉은 첼로/ 한강이 얼었다/ 바퀴벌레 연대기/ , 끓는/ 첫눈이 온다/

825/ 설화雪花/ 빨간 등대/ 부라보,corn/ / 울거야/ 칼국수 먹는 날/ 미안하다/

물질의 이유/ 집엔 주인이 없다/ 도마/ 모나리자의 미소

 

3

 

쪽파/ 코리나의 경고/ 북새/ 평생 택시나 해 먹어라/ 옹이/ 작전명 멧돼지 사냥’/

바람의 절벽에 매달린 눈물처럼/ 쇠꽃/ 샛강도 운다/ 검은 시계/ 봄의 말씀春雪/

수로, 그대의 무지개를 따라가다/ 2군 감독, 포수, 아버지/ 나는 천사가 아니다/

흉터암/ 붉은 닻/ 흰 것들은 모두 슬픈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비건gun

 

4

 

지평선의 달은 지지 않는다/ 매미가 운다/ 제비를 줍다/ 심장의 노래/ 허황옥이 수로에게/

거미/ 새들이 잠드는 시간/ 꿈을 꾸던 소녀가, 소녀에게/ 책의 복수/ 중력을 거부한/

어느 수요일/ 공중에도 길이 있다/ 바람꽃은 저물지 않는다/ 마음이 남았다/ 변산바람꽃/

뒤를 본다는 것은/ 아버지와 짜장면/ 세상의 첫 아침을 여는 네 개의 별빛/

사월의 벚꽃 소녀에게/ 관능적인 손/ 벚꽃 엔딩

 

 

해설 _ 바람의 절벽에서 그리는 자화상

이송희(시인, 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김남권 시인의 이번 시집은 피고인P告人이 기록한 책이라는 서늘한 각성에서 시작하여, ‘바람의 절벽에서 그리는 자화상으로 귀결되는 존재의 여정을 담고 있다. 그 중심에는 붉은 첼로의 비명뜨거운 물의 꽃이라는 두 갈래 물줄기가 흐른다. 이는 권력의 거친 발자국이 지워버린 생명들을 대신해 내지르는 저항의 소리인 동시에, 절망의 끝에서 길어 올린 재생의 몸짓이다. 시인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파괴의 불꽃인 백린白燐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생명을 살리는 원소인 인(P)으로 존재할 것인가. 비록 현실은 부서진 햇살처럼 날카롭고 시리지만, 시인은 그 파편들을 모아 윤슬같은 안식처를 마련한다. 이 시집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시인이 온몸으로 밀고 나간 정직한 노동의 기록이자, 부서진 햇살 아래서 비로소 마주하는 가장 고요한 안식의 풍경이다.

_이송희(시인, 문학평론가)

 

 저자 약력


김남권

 

경기도 가평에서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1994년 첫 동인지를 내고 1995년 조병화 시인의 추천으로 문단에 얼굴을 내밀었다. 2015년 월간 시문학신인우수작품상을 받으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문화앤피플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다. 현재 계간 시와징후발행인 겸 주간을 맡고 있으며, 강원아동문학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십여 년째 전업 작가로 글을 쓰며, 문예창작 강의로 밥벌이를 하느라 고달프게 살고 있다. 1회 해양수산부 주최 이어도문학상 대상, 비평문학상, 푸른시학상, 한국힐링문학상, 강원아동문학상, KBS창작동요대회 노랫말 우수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오후 네 시의 달』 『천 년의 바람』 『적막한 저녁』 『나비가 남긴 밥을 먹다』 『발신인이 없는 눈물을 받았다』『저 홀로 뜨거워지는 모든 것들에게』 『바람 속에 점을 찍는다』 『빨간 우체통이 너인 까닭은』 『하늘 가는 길』 『불타는 학의 날개』 『흰 것들은 모두 슬픈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등이 있고, 동시집으로 ! 비밀이야』 『선생님 복수타임』 『1도 모르면서』 『엄마는 마법사』 『짜장면이 열리는 나무가 있고 그림책으로 진주 연못의 비밀』 『바위 소년이 있으며, 시낭송 이론서 마음치유 시낭송등 여러 권이 있다.

 

kng2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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