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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길이 되어 누워보니 / 장승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6-05-16 09:16

본문

작가정보 

 

(1952~)
프로필
경남 사천 출생
한국외국어대학 영어과 졸업
2003문학세계로 등단

현재 (2026)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거주
Supex Ltd 대표
K-장학재단 이사장 (www.kscholarship.com/kr/)
시마을 동인 (www.feelpoem.com)

시집
당신이 그리운 날은(2003)
민들레 유산(2018)
희망봉에서 그대에게(2020)

단편집

길이 되어 누워보니(2026)

 

 

작가의 말

 

길이 되어 누워보니라는 이름으로 묶은 이 시몽 5부작은 가난한 산골마을에서 수학여행을 진학과 바꿔먹어야 했던 소년의 다짐에서 시작됩니다. 줄을 긋고 다시 써 내려가야 했던 청년의 첫 실패와 방황, 구불구불한 장년의 길을 지나, K장학으로 이어진 한 생의 발자취입니다.

실패 위에 굵은 줄을 긋고, 나는 그 위에 다시 새 답을 찾아 써 내려왔습니다. 대입 낙방에서도, OEM의 좌절 속에서도, 무역업의 끝자락에서도, 그때마다 다시 단단히 줄을 긋고 새 답을 찾아왔습니다. 학장의 유학 제안 앞에서도, 그룹의 부름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걸어왔습니다. 그 길은 내가 정한 길이었고, 내가 오래 준비해온 길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이 책은 결코 나 혼자의 기록이 아닙니다. 눈발 속에서 따뜻한 말을 건네주던 아주머니, 밤새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손을 놀리던 여공들, 함께 길을 열었던 동료들, 그리고 장학의 길을 이어갈 젊은이들 모두가 이 길의 주인입니다.

살아보니, 삶은 혼자 걷는 길이 아니었습니다. 앞서 걸어간 이들의 발자국 위에 내 발자국을 얹었고, 또 누군가는 내 발자국을 따라 걸어올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길은 한 사람의 길이 아니라,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 진정한 길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작품 속의 인물과 사건은 가상이며 실제와 무관합니다. 이 작품은 제 삶의 궤적과 겹치는 부분이 많으나, 어디까지나 문학적 상상력으로 재구성된 것입니다.

이 글을 마치며, 한국전 남아공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께, 배움에 애쓰는 학생들에게, 남아공 한인문고 희망봉에 글을 보태어 남아공 한인역사를 함께 써 내려가는 분들에게, 그리고 이름을 남기지 않고도 먼저 길을 내어 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2025년 요하네스버그에서 장 승규

 


목 차

 

 

작가의 말

 

서시길이 되어 누워보니.....................................................6

 

시몽 5부작

 

1바꿔 먹은 수학여행들........................................... 9

2첫 실패와 방황................................................... 23

3Supex의 길........................................................ 41

4희망봉 법정........................................................ 61

5아버지라는 길................................................... .79

 

부록

부록 1 - 꼰대편지

직업에 대하여................................................. 100

약속에 대하여................................................. 102

삶의 계획에 대하여......................................... 104

우선순위에 대하여................................................. 107

뜻 세우기에 대하여................................................. 109

Four Nos에 대하여.................................................. 111

아직도 하지 못한 말................................................ 114

 

부록 2 - 단편소설 소인 없는 편지................................. 117

부록 3 - 유언대용 신탁계약서(한글판) ............................... 135

부록 4 - 화보 길 위에서................................................ 145

 

에필로그

 

맺음 시당신이 그리운 날은.............................................152

접기

 

 


책 속으로

 

 

단편소설 길이 되어 누어보니

 

바꿔먹은 수학여행들(1)

 

: 장 승규

 

 

중학교 갈래? 수학여행 갈래?”

아버지의 이 물음 앞에서 소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그때 소년은 몰랐다. 그에게 수학여행이란 늘 진학과 맞바꿔야 하는 것이라는 걸

 

6.25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무렵

사천읍에서 이십 리쯤 떨어진 금곡리는 삼면이 산으로 막혀서 산고개를 넘지 않으면, 들어온 길로만 나갈 수 있는 마을이었다. 오로지 북쪽만이 열려 있었다. 안골, 불당골, 못골에서 발원한 산개울이 마을에서 합류하여 북쪽으로 흘러 나갔고, 버스가 지나다니는 비포장 한길도 북쪽에 있었다. 그 한길 건너 한 마장쯤 가면 조그만 국민학교가 있었다. ‘사동국민학교’, 한 학년이 60명 한 반뿐인 작은 학교였다.

산개울을 사이에 두고, 다들 논두렁 밭두렁처럼 가난에 허리 굽은 사람들이 살았다. 여름이면 장관이었다. 낮에는 감나무에서 매미가 떼창을 했다. 한 마리가 앞장을 서면 일제히 따라 합창을 해서 그렇지 않아도 소문 빠른 산골마을 안이 난리였다. 그러나 밤이 더 요란스러웠다. 무논에 개구리들이 밤잠도 없이 떼창을 이어갔다. 벼 이삭들만은 철들자 고개를 숙였다.

  그 즈음 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터라, 입을 것은 고사하고 먹을 것조차 변변치 않았다. 전쟁은 끝났다고들 했지만, 어디에도 삶의 겨울은 끝나지 않았다. 가을걷이로 거둔 곡식은 그해 겨울을 나기에도 버거웠고, 아이들의 무릎은 늘 찬기부터 먼저 배웠다. 사천읍 금곡리도 사정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였다.

정미소에서 얻은 딩겨로 만든 개떡 한 조각은 호사 중의 호사였다. 가끔 읍내에서 엿장수가 오면, 아이들은 집안의 고무신이나 쇠붙이를 몰래 업어다 엿으로 바꾸어 먹었다. 가장 쉬운 건 만만한 할머니의 흰 고무신이었다. 나중에야 어찌 되든, 그 순간의 단맛이 먼저였다. 그게 어린 소년이 세상에서 제일 먼저 익힌 바꿈의 계산식이었다.

어느 덧, 학교 갈 나이가 된 소년은 사동국민학교에 입학했다. 한 학년이 한 반뿐인 작은 학교였다. 아침이면 아이들이 검정 고무신에 책보를 메고, 좁은 논길을 아슬아슬 다녔다. 남자아이들은 책보를 화살통 메듯이 어깨에 비껴 메었고, 여자아이들은 허리에 둘렀다. 그래도, 웃음소리에 학교 가는 길은 늘 왁자했다. 버스길도 마을을 비껴 메듯이 지나갔다. 하루에 두 번 읍내에서 나오는 버스를 가끔 마주치기도 했다. 배고픔은 하루 종일 따라다녔지만, 아이들은 웃었다. 웃지 않으면 더 배가 고팠다.

 

그런 시절도 지나, 소년은 어느새 6학년이 되었다. 1964년이었다. “아버지!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간다는데요.”

그래? 너는 어쩔 셈이냐?”

가고 싶었다. 그러나, 대답을 못하고 있었다.

네 어머니 병이 더 심해지고 있고, 올해엔 네 동생도 학교에 들어가는 것 알고 있제?”

그래, 중학교 갈래? 수학여행 갈래?”

이때만 해도 소년은, 그 이후에도 진학과 수학여행을 그렇게 계속 바꿔먹게 될 줄은 몰랐다. 할머니 흰 고무신을 엿과 바꿔먹었듯이 수학여행때마다 그는 진학과 맞바꾸었다.

 

 

  수학여행과 맞바꾼 중학교 진학이었다. 산골 아이가 읍내 학교에 다닌다는 것은 자랑이었지만, 그의 교복은 동네 형이 입던 옷을 손질한 것이었고, 빛바랜 교모는 머리통이 작은 어느 형에게서 받아 머리 위에 덩그러니 얹혀 있었다. 산바람이 심한 날이면 어김없이 땅에 굴러 떨어졌다. 그러나, 소년의 결심은 어느 아이보다 새롭고 단단했다.

그의 곁에는 늘 검둥개 한 마리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냥 ‘X’라고 불렀다. 어른 중에는 영어를 아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X라고 부르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X는 밤이면 마루 밑에서 집을 지키고, 달이 있는 밤이면 마당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짖기도 했다. 낮에는 논두렁 밭두렁을 어른들 따라 쏘다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소년의 곁을 그림자처럼 따르는 친구였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소년은 책가방을 마루에 던져두고, X와 함께 산개울가에 나란히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다. 종종, 이웃에 사는 은주가 나타나 조용히 X 옆에 눕곤 했다. 은주는 소년보다 한 살 아래였는데, 약간 노랑머리에 따뜻한 웃음을 가진 아이였다. X는 은주의 손길에 전혀 낯설어하지 않았고, 늘 둘 사이에 눈치 없이 슬며시 끼기를 좋아했다. 그리고는 함께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셋은 그렇게 나란히 누워, 산마루에 구름 대신 노을이 걸릴 때까지 바라보곤 했다.

마을에서는 또 다른 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해 봄, 마을에 쥐가 들끓었다. 읍사무소에서 쥐약 배급이 나왔고, 집집마다 쥐약을 놓기 시작했다. 보리밥에 푸른 알갱이를 섞어 헛간이나 담 밑에 놓았다.

국민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쥐꼬리를 가져오라고 했다. 처음엔 징그러워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분유를 좀 더 받기 위해서 곧 경쟁이 되었다. 나중엔 어른들까지 나서게 되었고, 꼬리의 숫자에 따라, 미국 원조물자인 분유가 포대째 배당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분유는 포대 안에서 돌덩이처럼 굳어 있어, 망치로 깨야 겨우 부서졌다. 아이들은 그 흰 가루를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거나, 다음 날 떡처럼 쪄서 도시락에 싸왔다. 그런 날은 빈 병에 넣어오던 김치냄새보다 분유냄새가 교실마다 가득했다.


그날 밤, 소년은 등잔불 아래 앉아 숙제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마당 쪽에서 뭔가 긁는 듯한 소리, 낮게 깔린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소년은 고개를 마당 쪽으로 휙 돌렸다. 방문을 열자, 검은 몸뚱이가 흙바닥을 긁으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입가에는 흰 거품이 일고, 눈빛이 미친 듯 요동쳤다. 소년은 방문을 닫을 새도 없이 마루를 한 걸음에 뛰어내렸다. “안 돼안 돼그의 외마디에 온 식구가 놀라 달려 나왔다. 모두가 X 곁에 둘러섰다. 어른들이 달려들어 X를 옆으로 눕히고, 입을 억지로 벌렸다. 그리고는 비눗물을 입 속으로 부어 넣었다. 팔과 다리를 붙들린 채, X는 허공을 긁으며 저항했다. 몇 번이나 비누거품을 토하더니, 한동안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X의 눈빛이 잠시 허공을 헤매다 서서히 소년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더 큰 비극은 그 다음 날이었다. 어미젖을 먹은 새끼들이 하나 둘, 바닥에 깔아놓은 가마니 위에서 몸을 떨다 숨을 거두었다. 배고픔을 못 이겨 어미젖을 빨았을 뿐인데, 그것이 주검이 될 줄 알 리 없었다. 새끼들도, X도 알지 못했다. 죽음은 차례대로 오지 않았다. 첫째부터가 아니라, 이놈 저놈, 알 수 없는 순서로 힘없이 늘어졌다.

소년은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가마솥에서 따뜻한 물을 가져다 새끼 곁에 두었다. 어머니는 수건으로 조그만 몸을 감싸 안았다. 그러나, 해가 뜨기도 전에 또 한 마리가 싸늘해졌다. 소년은 학교에 갈 수가 없었다. “아무리 해도 안 되나 봐.” 소년은 목소리가 갈라졌다. 어머니는 대답 대신, 조용히 눈가를 훔쳤다.

X는 이미 싸늘해진 새끼를 미친 듯 핥아 깨우려 했지만, 눈빛은 갈수록 더 불안하게 흔들렸다. 다음엔 어느 놈일까, 혹시 여덟 마리 전부 다 잃고 마는 건 아닐까불길한 두려움이 어미의 눈빛에 어른거렸다. 그렇게 하나 둘 가고, 결국은 한 마리만 남았다. 어제 저녁, 형제들에게 어미젖을 뺏기고, 서러워 울던 막내였다. X의 울음은 간간이 들리는 마을사람들의 통곡과 다르지 않았다. 그것은 소년의 가슴 어딘가에 깊이 묻혀 있던, 몇 해 전 이유도 모른 채, 가족 곁을 떠난 어린 여동생 영숙의 기억까지 흔들어 깨웠다.

 

 

기본정보

 

ISBN 9791190384377

발행(출시)일자 20260408

쪽수 156

크기

152 * 225 mm

 

판형알림

총권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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