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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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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33회 작성일 16-10-20 11:06

본문

하기 나름

 

이영균

 

 

술잔을 앞에 두고 벌겋게 머리에 독살이 오른 사내

강한 듯 목에 힘이 빠지고

허리에서 접지처럼 삐걱거리는 신음이 샌다

잘 나갈 땐 연장 시원찮아도 팡팡 아무 데나 잘 먹혔었는데

아는 듯 모르는 듯 어느덧 칙칙하니 눈빛이 흐려지고

불그죽죽 녹기가 어려 고물이 다 되었다

 

후려치며 연약한 속 끄집어내던 불꽃의 소리

두드릴수록 날카로워지던 촉

얼핏 오기에 아직 기질 살아있는데

부리던 손길 따라 세상사 주름 잡던 사내

언제나 반짝이게 불 먹이던 것은

사내 기질 강하게 담금질하던 부인이었다

 

부인이 나근나근 사내를 두드리면 한 곳도 빛나지 않는 곳 없어

와이셔츠와 바지 깃 세워주고 머리카락에까지 힘줘 주어

어느 한 곳도 허튼 곳 없이 잘 벼르워주었다

 

옆구리에 살갑게 안겨주면

창도 되고 칼도 되는 사내의 근성

뜨거운 그것을 손에 쥐고 휘두르는 건 그의 부인

쇠의 강단은 쇠의 담금질에 있듯

물불 가리지 않고 사력을 다하는 사내의 생 또한

여인의 현숙함에 있는 게 이치인 것

 

정년퇴임에도 버려두지 않고 소임 다하도록 촉 세워주는 건

불씨 꺼지지 않도록 잘 거두는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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