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鑑賞을 代한 졸시 한 편] 편지 - 단풍이 우거진, 오솔길에서 > 창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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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鑑賞을 代한 졸시 한 편] 편지 - 단풍이 우거진, 오솔길에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842회 작성일 16-09-29 10:12

본문

 


    시월 / 나희덕

    산에 와 생각합니다
    바위가 山門을 여는 여기
    언젠가 당신이 왔던 건 아닐까 하고,
    머루 한 가지 꺾어
    물 위로 무심히 띄워보내며
    붉게 물드는 계곡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하고
    잎을 깨치고 내려오는 저 햇살
    당신 어깨에도 내렸으리라고

    산기슭에 걸터앉아 피웠을 담배연기
    저 떠도는 구름이 되었으리라고,
    새삼 골짜기에 싸여 생각하는 것은
    내가 벗하여 살 이름

    머루나 다래, 물든 잎사귀와 물,
    山門을 열고 제 몸을 여는 바위,
    도토리, 청설모, 쑥부쟁이 뿐이어서
    당신이름 뿐이어서

    단풍 곁에 서 있다가 나도 따라 붉어져
    물 위로 흘러내리면
    나 여기 다녀간줄 당신이 아실까
    잎과 잎처럼 흐르다 만나질 수 있을까
    이승이 아니라도 그럴 수는 있을까







    196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뿌리에게』『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사라진 손바닥』 시론집『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산문집『반통의 물』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조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시를 읽으니...

    문득, 졸시 한 편도 떠올라 鑑賞을 代하여 옮겨봅니다.


                                                                                - 희선,



    편지 - 단풍이 우거진, 오솔길에서


    단풍이 타오르는 호젓한 길 주변(周邊)에
    차가운 시냇물의 향기가 그윽한 날에는
    각혈(咯血)하는 산들의 신음을 들으며
    숲으로 길게 드리운 오솔길을 거닌다

    흘러간 세월 위에 잘못 붙여진
    나의 헛된 장식(裝飾)을
    무리지어 흐르는 가벼운 구름에 실려 보내고,
    낯선 미지(未知)의 풍경에 벌거벗은 몸으로
    숱한 햇빛 속에 메마른 가슴을 드러내면
    오래 전에 놓여진 삶의 함정들은
    이젠, 더 이상 눈익은 쐐기가 될 수 없어
    저 멀리 어두운 언덕을 따라 뒷걸음 친다

    숲에 깃드는 새로운 침묵은
    맑은 목소리로 깊어가는 계절을 알려주고
    나는 짐짓, 삶의 마지막 감동으로나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함초롬히 끌어안고
    새로이 시작하는 순박한 언어(言語)로
    너에게 편지를 쓰려한다

    사색은 잠시 미정(未定)인 양,
    홀로 자유로워
    고요에 고요를 덧보태는 시간 속에서
    그리움으로 반짝이는 빈 줄과 공백으로
    가득 가득 채워진
    나의
    가장 긴 편지를......



    내안의 작은 숲(feat.이소라)    Piano 정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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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신광진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떤분이 하루3,4편씩 자꾸 올려서 오랜시간 지켜보면서
뻔히 알면서 참는 마음은 얼마나 힘들까 생각했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 하다보면 참아 말을 못하고 넘어갈때 그 마음은 어때을까
그래서 밑에 얼마전에 썻던 시입니다
이곳은 규칙이 정해져 있고 그걸 지키면서 몸과 마음 새단장을 하고 아끼는 곳입니다
알면서 모른체 올리는것은 같이 함께하는 모두를 무시하는것입니다
정말 모른체 하고 넘어가려해도 차라리 내가 칼집이 되더라도 글을씁니다
이곳은 본인의 시 이미지는 이미지 날만 올리는 것을 아시잖아요




돌아가는 길 / 신광진

감추려 해도 아껴주는 마음은
자신보다 더 소중하기에
스쳐 가는 바람결에도 느껴집니다

알면서 모른 체한다는 것은
소리 없이 내리치는
온몸에 끌어안은 무수한 칼날

받기만 했던 홀로 갇힌 감옥
찢어지도록 먹어도 부족한 
얼마큼 멀리 가면 보이지 않을까 

모른 체하는 뒤
홀로 만든 하늘은 높지만
하나가 틀어지면 균형을 잃게 됩니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詩는 결국, 이미지인 것을

그리고 보니, 신광진님은 창시방 이미지 이벤트에 한 번도
참여하신 적이 없더군요 (검색을 해보니 그렇단 거 - 그니까, 괜한 말은 아니란 거)

생각하건데..

님은 이미지라 하면 극혐오감을 지니신듯

- 나희덕 시인의 프로화일 사진도 이미지이니까, 당연  삭제해야 되겠지만 (님의 논리대로 말하자면)

근데, 프로파일 이미지까지 뭐라 한단 건 너무 심하고, 또 (상식적으로도) 아닌 거 같고

아무튼 간에 규정을 소리 높혀 부르짖으며..

강력, 항의 하시니 오늘 이 게시판에 올린 내용물 中에 이미지는 急 삭제하였습니다 - 이제, 비로소 흡족하신지요

그런데 , 뽕짝 계열 동영상은 자유게시판에 즐겨 올리시더라구요

그런 개인적 기호야, 그 누가 말리겠습니까마는

그나저나, 규정에 살고 죽는 신광진님 - 어디까지나, 시보담 시에 앞선 규정이 우선한 것이어서

여기 그 찬란한 창시방..하루, 두편 揭示하는 거 맞지요? (이 게시판의 빛나는 규정이 그렇던가요.. 암튼,)

그런데 게시물 올림 수 제한에 관하여

검색해 보니 지가 어긴 건 없는 듯 - 가끔, 시차 時差관계로 두편 올릴 걸 한 편만 올려서 덜 올릴 때도 있지만

- 하루 한 편만 올려, 하루 두편 규정을 어겨서 심히 죄송하다는.. (최소한 두편은 올려야하는 건데)


그리고, 남의 글에 콩 놓아라 팥 놓아라 간섭하는 거 -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그걸 누가 말릴 수 있을까요)

또한, 자신의 게시물 조회 수 올리는 노력도 가상하지만 (시간이 참, 널널하신듯)

그럴 시간에 좀 더 자신의 글에 충실하심이 어떨지요


그럼, 돌아가는 길 - 잘, 돌아가시길 바라며,

어쨌거나 감사합니다
신광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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