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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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내면 가장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참으려야 참을 수 없고 누르고 눌러도
터져 나오는 존재의 깨달음 소리
댓글목록
달팽이걸음님의 댓글
방귀
김기택
엉덩이에도 얼굴이 있답니다
풍선 부는 입처럼
나팔 부는 입처럼
아주 뚱뚱한 두 볼 사이에
쏙 들어간 작은 입이 하나 있지요
기분이 좋아지면
그 입은 힘차게 소리 지른답니다
뿌웅
배 속이 시원해지면 더 좋아서
노래를 부른답니다
뽀오옹~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비웃기도 한답니다
피식-
+ 아빠의 방귀
아빠의 방귀는
미시시피 방귀
길기는 되게 길다.
엄마의 방귀는
물방개 방귀
소리도 냄새도 없다.
하늬의 방귀는
스카이 콩콩 방귀
폴짝 뽕 폴짝 뽕
하늘이 방귀는
냄새가 고약한
스컹크 방귀
(김영환·시인, 1955-)
+ 방귀
우르릉 쾅쾅
가죽대포 발사한다
강력한 생화학무기
질식사 두려운
긴급 대피 화생방경보
요란한 포격 후
이어지는 폭탄 투여
길이 아니면 가지 마라
황토색으로 위장한
지뢰는 도처에 터진다
전천후 철통 방어선
귀신 잡는 진혼나팔
(공석진·시인, 1960-)
+ 방귀 좀 뀐다고?
방귀 좀 뀐다는 말이 있어 한번 웃었다
부유한 집안사람 자신감의 표현이리라
삶이 참 방귀 소리를 흠모하는 풍경으로 바뀌어
이곳 빵 저곳 뽕 고약한 냄새 가득하다
가난도 그리움이다
아름다움이 얼마나 많았는가
사람이 나누며 사는 것을
가난할 때 더 알았다
방귀를 흠모하고
방귀를 뒤따르고
방귀가 호령하니
시대의 풍미는 추종자들의 움직이는 괄약근이다
근데 나도 방귀는 좀 뀐다고 할 수 있는데
내 솜이불엔
순전한 방귀 냄새만 가득하니
방귀라고 다 방귀는 아닌가보다.
(김경래·시인, 1963-)
+ 방귀
연애 시절에는
당신도 방귀를 뀔 줄 상상도 못했어
어여쁜 꽃잎만 같았던
그때 그 시절 당신의 모습은
이슬 먹고 살아가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였지
신혼 초에 당신은 어쩌다 방귀를 뀌고
부끄러워 얼굴이 복사꽃 되었지
그런 당신이 요즘은
시도 때도 없이 뽕뽕 방귀 피리를 부네
수줍던 복사꽃은 어디 가고
그저 멋쩍은 눈길 한번 줄 뿐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당신이 손톱만큼도 밉지 않아
아직도 난
사랑에 까맣게 눈멀어 있나 보다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