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14] 바다를 찾으러 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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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찾으러 간 소녀/그려그려
수많은 세월이 흐른 뒤 선유도에 간다.
바다를 가르며 미끄러지는 뱃머리에
바람에 나부끼는 붉은 석양 걸린다.
선착장에서 숙소로 가는 길,
명사십리 긴 해변에 흰 두루미 한 마리
고고한 자태로 서서 이방인을 경계한다.
누군가 육지에서 단단한 어둠 던졌는지
섬이 온통 꺼멓게 물들며 달이 뜬다.
낙지 잡으러 가자는 소리에
달이 몸을 휘어 바다를 끌면서 가자
숨어있던 갯벌은 서서히 속내 드러낸다.
인기척이 고요를 증발시켜 별을 만들고
등 굽은 안개가 갯벌웅덩이들을 메운다.
뒷 걸음치며 달아나던 시간이 멈춰서자
안개 사이로 연기처럼 일어서는 한 소녀,
망동어가 머리 튕기며 죽어가는 걸 보며
바다가 어디로 갔냐고 애타게 묻고 있다.
누군가 달이 뒤에다 바다를 숨겼다 하고
멀리 수평선은 손짓하며 소녀를 부른다.
바다를 찾으러 뛰어가는 소녀
뒤꿈치가 잡힐 듯 소녀의 숨이 새 하얗다.
갑자기, 비릿한 욕망어린 새 물때 냄새가
물의 혀를 불러와 소녀의 발목을 휘감고
목을 휘감고 드디어 소녀를 삼켜버린다
소녀의 친구는 사구에서 동틀 때까지
소녀를 기다리나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
소녀의 친구는 그곳을 떠나간 지
30여년 만에 돌아와 그곳에 서있다.
어둠이 묽어지자
창백한 달의 얼굴속에서 웃고있는 소녀
달이 뒤에 숨겨 놓았던 바다,
를 찾으러간 소녀가 달 속에 있었다.
지금,
소녀가 바다를 끌고 친구에게로 오고있다.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높은 시심속에 멈물다가 갑니다 감사합니다 건 필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