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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질을 하고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광나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30회 작성일 16-06-11 10:55

본문

가위질을 하고/광나루

 

벌써 때가 되었나

텃밭에 조금 심은 양파와 마늘이

아랫배에 힘을 주고 있다

뿌리의 손을 놓아버린 줄기와 잎이 누렇게 떠

허리마저 세우지 못하고

누워서 몸부림치는 모습이 안타까워

차라리 거두어 편안함을 주고 싶었다

 

당기면 쑥쑥 나오는 녀석들이지만

개중에는 몇몇 아직 정든 땅을 떠나기 싫어

뿌리를 깊숙이 박고

생떼를 쓰는 바람에 줄기만 뽑히고

호미의 손을 빌어서야

두 손을 들고 고개를 내민다

땅 속을 나온 머리들이 야무지고 너무 고와

시작할 땐 힘들었어도

잘 자란 녀석들을 보니 흐뭇하다

 

다음에 쓸 종자를 고르고

나머지는 가위로 잔뿌리를 자르고 줄기를 잘랐다

손에 맞지 않은 가위지만

쉬지 않고 몇 시간을

손가락에 상처가 나는 줄도 모르고

쓸모없는 것을 잘라내는 가위는

녀석들을 말끔하게 만들어 주었다

 

돌아보면

내게 있었던 군더더기 자르지 못해

가위질 하지 못해

우스개 되어 떠돌았던 시간은 그 얼마인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삶이나마

키워야 할 것을 위해

키우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의 손을 놓아버리리

그리고 가위질하여

단정해 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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