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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823회 작성일 16-05-29 21:17

본문

 모기지론 / 테우리




  때를 잘못 만났는지 비틀거리다 주저앉은 모기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

  드문드문 나뒹구는 내 새치들의 얼룩진 근심들을 쏘옥 빼닮았다

  나도 언젠가 저들처럼 남의 피를 빨아먹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일까


  사람은 제 나잇살을 뜯어먹을수록 불과 열흘 남짓 일생을 백년처럼 사는 저 모기를 닮아간다. 어금니마저 삐거덕거릴 때쯤이면 흡혈은커녕 밥도 제대로 못 먹을 밥벌레처럼, 오히려 모기 같은 자식들에게 피가 빨려 사지가 빠짝 말라 허우적거릴 허물들, 버둥거려봐야 살날이 고작 며칠뿐일, 늙어빠진 몹쓸 쓸모


  아!


  못쓰겠다 못쓰겠다

  모스키토 모스키토


  거실 형광에 비친 어느 노인은 덜렁 하나뿐인 아파트마저 대출받았다는데, 흡사 모기다리 같은 광고의 유혹과 함께 떠오른 그 요상한 지론과 또 다른 모기耄期는 여든이 넘은 노인을 일컫는다는데, 더 이상 이승에서 딱히 할 일도 없는 주제인데,

이상 피도 못 빨 초라한 행색인데, 결국 훌훌 털어 자식들 뒤치닥거리하고도 모자랄 형편인데


  그러나


  지친 몸뚱이라도 다행히 썩 가벼워질 것이니 그땐 스스럼없이 구천으로 떠나야겠지

  저승꽃으로 얼버무린 추악한 허물만 훌훌 벗어버리면

  그나마 다행이라며 즐겁게 조금만 더 버티면

  저절로 영혼의 날개가 돋칠 것이니


  오!


  훗날에 나의 초상이시여!

  기운들 차리소서!

  어르신들이여!

추천0

댓글목록

우애류충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우애류충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찌 보면 가벼운 마음도 들지만,
어딘가 모르게 좀 씁쓸한 느낌은 어쩌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의미심장한 시제에 마음 놓아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늘 건안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김태운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모든 생들의 숙명인걸요
한낱 미물들의 생존본능이 그렇듯 즐겁게 받아들여야겠지요
어르신들을 보면 마치 제 초상인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은영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태운님
안녕 하십니까? 반가운 시인님!
시심 속의 나의 미래를 보는것 같은 느낌에
마음편치 안습니다 제 생각이에요
가슴 아리는 시입니다 어찌 그리 표현도 잘 쓰시는지??!!
잘 감상 하고 갑니다
건안 하시고 즐거운 한 주 되시옵소서
아우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무리 살아도 이승의 미련이야 항상 누구에게도 남겠지요
다만 졸글로나마 스스로 위안을 받고자
혹은, 용기라도 부추겨 드리고자함이오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ㅎㅎ, 그래서 제 초상이라 했습죠

감사합니다

두무지님의 댓글

profile_image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연륜이 깊어가면 누구나 모기지론을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아이디어로 조각된 글 감탄 뿐 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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