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다시 올려보는] 깊은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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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에
시계가 신음을 한다
시침과 분침을 모아 자정(子正)의 때를 알리며,
깊은 밤의 공소(空疎)한 피를 말려가며,
지나간 하루의 부피만큼 박제를 만든다
친근한 불면(不眠)과 함께, 이렇게 아직도 잠들지 못하는 건
잔뜩 망가진 몸과 지친 영혼, 그리고 곤궁한 삶이 인생에
차갑게 선물하는 진동(振動)때문이다
나를 비롯한 음울한 원근(遠近)의 가엾은 형제들이여,
이렇다 할 행운도 갖지 못한 폐허(廢墟)의 가슴을 지닌 자매들이여,
오늘도 까만 밤하늘엔 맑은 별들이 서로의 사랑을 도란거리고
가슴에 빛나는 꿈을 채워가는 달은 어둠 속을 즐겨 걷는다
그러니, 고단한 우리들도 한 밤 쉬고는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자
이 밤이 지나도록 가슴 조이는 환한 희망을 안고 내일로 나아가자
가벼운 날개짓 하는 은색(銀色) 구름들이 무리지어,
저 차디찬 암흑의 공간을 아무 망설임 없이 날으는 것처럼
- 안희선
댓글목록
시앙보르님의 댓글
'밤'이라는 공간에서 '시간'이란 인간의 숙명이지만,
모름지기 시인이나, 자신을 조금 숙고하는 사람이라면,
'시지푸스'에게 연민이 아닌 '공감'을 보내겠지요.
언젠가 시공간을 벗어나면 '불면'마저도 꿈처럼 아늑한 향수로 남을 것입니다.
요즘, 꿈 속에서 꿈을 꾸다보니, 우리의 속된 감수성이 놓치는 시공간을
꿈이 채워주는 건 아닌가, 생각합니다.
시공간이 단순한 시간, 공간이 아니라, 예민한 감수성의 촉수를 최대한 손질했을 때,
변이된 일상은 결코 지금 바라보는 일상이 될 수 없다는 차원에서입니다.
그럴 때, 황홀경과 경외감과 더불어 신비함은 이루말할 수 없는 기쁨입니다.
뒷산의 꽃들이 지고 아카시아 만발인데, 단순한 반복이라면 지겹겠으나,
아카시아 입장에서는, 작년에 꺽어진 가지가 아니라 새롭게 올린 새가지에서
5월을 맞았다면 벅찬 '환희'를 느끼고 향유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굳이, 글쟁이에게 국한시킬 필요는 없는 얘기지만..
삶의 시간이란 인간에게 하나의 변수를 의미하는 것임에는 틀림없단 생각
요즘처럼, 저 변수가 갖다주는 충격이 격심했던 적도 없었던듯
잔뜩 망가진, 건강.. 그리고 경제적 곤궁 (이건 뭐, 몸이 받춰주질 않으니 자연스레 이어지는 현상)
문득, 드는 한 생각
세상엔 나보다 더 아프고 힘든 사람들도 너무 많을 거야
생에 대한 미학적 접근만 할 게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고단한 이웃들을 좀 돌아보며 살자는 ...뭐 그런 거
(졸렬하게, 내 비참한 처지만 생각하지 말고)
부족한 글인데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시앙보르 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