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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거둔 나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광나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38회 작성일 16-04-27 15:25

본문

숨을 거둔 나무/광나루

 

등산로 숲 속

바람에 쓰러진 나무 몇 그루

숨을 거둔 채 누워 있다

날마다 지나면서

만져보고 쓰다듬어도 단단하던 것이

오늘은 푸석하여 당겨보니 가루된 속살을 보인다

 

하늘이 좋아

하늘만을 바라보며 살았을 뿐인데

바람이 오는 소리를 듣지 못해

흙의 손 꽉 잡지 못해

키를 낮추지 못해

팔랑거리는 이파리들의 아우성을 놓쳐

억센 바람의 입김 막지 못했을까

 

고향이 좋아

흙의 노래가 좋아

그리도 빨리 흙이 되려

힘겹게 쌓아올린 나이테 그 나이마저 지우고

가슴 풀어헤쳐 심장에 박힌 못들 보이면서

힘없는 내 지팡이를 때리고

그리도 얌전히

지나는 눈들의 빛을 보는가

 

가만히 누워 있어도

가루되어 꺼져가는 몸이라지만

길손 누구에게나 그늘을 주고

생명의 그릇 만들어

따스한 숨결을 주던 추억이 있어

소곤대던 이야기 지금도 남아

 

누구나 갈 수 밖에 없는 길

흙이 되려니

처음에 그러했듯

떠나가면 모두가 한 몸

그래도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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