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 헨리의 환생, 그리고 회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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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의 환생, 그리고 회춘回春 / 테우리
1.
어느 섬마을 홀로 늙어가는 노구老軀의 터 무늬다
오늘따라 저 감나무에 새겨진 새순의 문장은 마치 하늘도 뚫을 기세
노인의 터무니없는 독백처럼 비친다
지난 가을 마당이라기엔 보잘 것 없는 그 울타리에, 당신과 함께 늙어가는 감나무
한 그루에, 달랑 몇 개 남은 이파리 시들시들하고 있었다
‘저 우듬지에 남은 이파리들이 다 떨어지면 나도 따라가야겠지’
그러던 것이, 마지막 남은 것이, 결국 몽땅 떨어지고 말았다
아마도 이제 죽겠구나싶었겠지
그렇듯 한동안 시름과 씨름하던 차
불현 듯, 앙상한 가지에 집채만한 홍시가 달렸단다
평생 먹고도 남을 감칠맛이란다
굶어도 배가 부르더란다
더군다나 달이 뜨는 날엔
더욱 달달하더란다
오! 헨리의 조짐이여!
2.
이후, 저녁때만 되면 붉은 감흥에 휩싸이던 노인
금세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감정은 회춘을 기다리는 듯
천수千壽의 기색이었다
일장춘몽이 어쩌고저쩌고 연거푸 읊조리며 일만 장의 만장輓章까지 헤아렸다니
그나마 겨우내 치매를 따돌리며 한세월 슬기롭게 지낸 셈이다
어느새 바닷바람이 더욱 짭짤해지더란다
높새바람은 영등할망이 찾아올 낌새
마침내 봄이 오고 꽃이 피고
다시 초록이 움트더란다
침침하던 앞바당 검은 물살에도
새살이 돋더란다
3.
노인은 이제 혼자가 아니란다
일찍부터 달래가 냉이를 데리고 오더니 지금은 저가 진짜라며 진달래가 달겨들고
여기저기 한 발 앞선 철쭉들 삐쭉거린단다
샛바람이 들려주는 소문엔,
노인은 새벽부터 소풍 나가 아기고사리들이랑
속닥거리기 일쑤고,
저승꽃 진 자리엔 웃음꽃이
만발했다는데,
한꺼번에 들이닥친 새봄 친구들 야단법석에
그 섬이 숨쉬기조차
벅차다는데,
이러다 섬이 온통,
무드셀라증후군에 빠질까
한편, 두렵단다
댓글목록
양철붕어님의 댓글
장문의 소설을 시 한편으로 압축해 놓은 문장 일필로 휘저은 저 필력
야튼 저는 부럽습니다
애잔한 섬바위를 갉아 먹고 사는 노인의 아름다운 이야기 깊은 의미
가슴에 담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ㅎㅎ, 과찬이십니다
글이 시다워야지, 아무래도 늘어뜨린 행간이라 시답잖게 흐물흐물거리기만 합니다
시원찮은 감나무를 떠올리다 마침 이미지엣겟 얼버무려본 잡설인 듯합니다
저승에 계실 오 핸리를 욕보인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아무렴, 봄엔 봄 이야기가 걸맞겠지요?
감사드립니다
오영록님의 댓글
노구의 봄이라~~오늘은 대작을 가지고 오셨구랴~
난~ 어찌오늘 부끄러워 못올리고 있네요..~
김태운.님의 댓글
그 노구는 이제 헌신짝이 되었더랍니다
봄벗들이 흐드러지다보니 나이를 잃어버렸지요
부끄럼 타시는 걸 보니
우리 오샘께도 봄이 찾아든 듯...
감사합니다
잡초인님의 댓글
오! 헨리의 조짐이여!
그몇개 남은 잎세에 홍시가 주렁주렁
헨리의 환생, 그리고 회춘回春하신 김태운 시인님에
힘과 필력에 감탄과 부러움을 느낍니다
멋진 시 에서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감사 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다시 젊어질 수만 있다면....
감사합니다
허영숙님의 댓글
오우~~~. 이 시 참 좋은데요
긴 서술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감각있게
잘 풀어놓으셨습니다
시인님의 또 다른 저력을 봅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과찬이십니다
마지막 잎새를 각색한 것 뿐이랍니다
그것도 홀로 고사리와 벗삼은
노인의 일상이지요
괜한 호들갑처럼 비치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