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봄, 본제입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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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본제입납
-어느 실직자의 편지
봄은 땅을 지펴 온 산에 꽃을 한 솥밥 해 놓았는데 빈 숟가락 들고 허공만 자꾸 퍼대고 있는 계절입니다
라고 쓰고 나니
아직 쓰지 않은 행간이 젖는다
벚꽃 잎처럼 쌓이는 이력서
골목을 열 번이나 돌고 올라오는 옥탑방에도
드문드문 봄이 기웃거리는지,
오래 꽃 핀 적 없는 화분 사이
그 가혹한 틈으로 핀 민들레가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봄볕과 일가를 이루고 있다
꽃들이 지고 명함 한 장 손에 쥐는 다음 계절에는 빈 손 말고
작약 한 꾸러미 안고 찾아 뵙겠습니다 라는 말은
빈 약속 같아 차마 쓰지 못하고
선자의 눈빛만으로도 당락의 갈피를 읽는 눈치만 무럭무럭 자라 빈한의 담을 넘어간다 라고도 차마 쓰지 못하고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다 그치는 봄날의 사랑 말고 생선 살점 발라 밥숟갈 위에 얹어 주던 오래 지긋한 사랑이 그립다 쓰고
방점을 무수히 찍는다. 연두가 짙고서야 봄이 왔다 갔음을 아는
햇빛만 부유한 이 계절에,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생의 고독으로 열어지는 생명의 환희로 열매를 얻어야 하는 또 다른 높음과 깊음을 대하는 절망아닌 희망,
순간의 환희가 대기의 풍부한 열림의 온후함을 만납니다
허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현 시대를 살아가려면 고독과도 이겨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다녀가주셔서 고맙습니다.
책벌레09님의 댓글
고운 언어 속에 머물다 갑니다.
문운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허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정민기 시인, 좋은 시도 많이 올려주시고
좋은 날들이 이어지기를 바래요
오영록님의 댓글
연두가 짙고서야 봄이 왔다 갔음을 아는//
그리 분주하게 한 삶의 편지가 이봄을 더
몽
허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오샘~~ 봄이어도, 이 봄이 그다지 봄빛이 아닌 사람들이
주변에 있더군요.
처지가 계절을 읽게 하지만 그래도 봄빛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이경호님의 댓글
객지의 자식이 부모님의 존함을 쓰기가 송구하므로 받는 주소에 자신의 이름을 쓰고 '본제입납'을 붙인다. 본제(本第)는 시골에 있는 고향집.
하... 부모님의 존함을 함부로 쓰기 송구하다라...
미풍양속의 엄중함과 실직자의 고난하고 지난한 삶을 봅니다.
봄의 부모는 누구일까요, 기다림일까요 따스함일까요, 새로운 시작이나 희망일까요?
허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봄의 부모는 기다림, 따스함, 새로움, 희망이었으면 합니다
얼굴보기 미안해서 본가에 못 내려가는 사람이 주변에 있어
그 마음을 대신해보았습니다
해돋이1님의 댓글
봄은 오는 게 안보이고 가는 게 안보입니다요
봄은 꽃을 보고 봄이 왔구나 하면서 즐기고
꽃이 떨어지고 산야가 녹색을 띠면 봄이 여름으로 가고 있구나
조물주가 글자를 봄에서 여름으로 글자를 고쳐쓰고 있구나 생각을 해봅니다요
지금 저 위에 옥탑방에 사시는 분은
이 세상에 제일 필요한 게 봄이 아니고 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봄은 옥탑방에서 걱정을 안해도 저절로 갈 것이고...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다 그치는 봄날의 사랑 말고 생선 살점 발라 밥숟갈 위에 얹어 주던 오래 지긋한 사랑이 그립다 쓰고 방점을 무수히 찍는다/
저는 대학 졸업하면 매정하게 내자식을 밖으로 내쫓아냅니다요 ...마치 어미새와 같이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갈 길이 따로 있다.. 이런 주의 참 편하게 삽니다..간단한데 다른 사람은 잘 못하더라고요
아이고 또 말이 길어지네요.. 편안한 오후 되세요
허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저는 대학 졸업하면 매정하게 내자식을 밖으로 내쫓아냅니다요 / 저도 그럴것입니다
홀로서기를 할 줄 알아야
세상을 견디는 법을 배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녀가주셔서 고맙습니다
현탁님의 댓글
본재 입납...............
깔끔햐게 다듬은 행간에 찔금 눈물이 납니다
잘 지내시죠 뵙고 싶었지만
참여하지도 못하고 고생하셨습니다
허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봄 같은 시인님이 행사장에 오셨으면
더 빛이 났을텐데요 ^^
시마을에 좋은 시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애독자로 열심히 일겠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스스로에게 쓰는 편지로군요
독백과 같은...
아직 봄맛을 못 보신 게로군요
온천지가 봄인뎁쇼...
다만 저기 선거철이라는 수상한 계절도
얼씬거리긴 합니다만...
허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봄인데 온통 빨강파랑초록으로 신호등처럼 서 있는데
과연 신호등이 되어줄까 의문이 생기지만
낼 투표는 해야겠지요 ^^
수크령님의 댓글
고우신 글 감동으로 읽고 갑니다.
허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수크렁님
행사에 참석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창작방에 시도 자주 올려주시고 송년모임에도 오세요
허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애잔하지만 질척이지 않고 조용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저도 이런 지점을 좋아합니다.
앞으로도 방향을 그쪽으로 ^^
커피는 언제든 유효합니다.~
프레드리히님의 댓글
나도 귀엣말(일전 커피는 저도 유효한가요?)
허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담에 해뜬이님과 오시면 커피 대접하겠습니다~
잡초인님의 댓글
'다음 계절에는 빈 손 말고
작약 한 꾸러미 안고 찾아 뵙겠습니다
라는 말은 빈 약속 같아 차마 쓰지 못하고'
안타까운 실업의 현실을 가슴아프게 느낍니다
멋진 시편에서 머물다 갑니다
허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잡초인 시인님~
이런 좋은 글을 쓰시는 분은 어떤 분이실까 궁금했는데 못뵈어서 아쉽습니다
송년모임에는 꼭 뵙기를요
石木님의 댓글
명함을 갖지 못한 자는 자연이 주는 봄볕의 영역에서도 쫒겨나야 하는 것이네요.
민들레 옆에 앉아 틈새의 위안이라도 찾다보면 회분에 꽃씨를 심으려는 의욕이 생기고, 표정이 밝아지고,
그래서 면접관 앞에 좀더 당당하게 나설 수 있지 않겠느냐고 조언을 하고 싶지만,
당사자가 어찌 그걸 모르고 있겠습니까?
해결책은 풍요로운 햇빛처럼 쏟아지는 일자리의 홍수이겠습니다.
그래도 김영랑 시인 말씀대로 모란이 피기까지는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전해 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허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선생님, 행사장에 참여해주시고
사진도 이쁘게 찍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에 행사가 더욱 빛났습니다
댓글로 늘 챙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모임에도 참석해주셔요
안희선님의 댓글
본제입납 本第入納, 아니 本家入納이라 할까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 같은 내면화의 풍경이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게 묘사된 느낌입니다
이 시를 읽으니 (꼭이 부제 副題가 그래서 그런 건 아니지만... 아무튼,)
IMF때 실직을 하고 몇년인가 뜬 구름처럼 헤매이던 그 어느 해
뼈속까지 차가웠던 봄날도 생각납니다
그때는 화사한 봄빛마저 시퍼런 작두를 들고 달려드는 느낌이었죠
생경한 봄풍경의 아픔을 단순히 개인적인 것으로 삼는 것을 넘어,
먹고 사는 생존을 위해 모든 게 더욱 더 황량해지기만 하는 이 시대의 아픔이
곧 우리 모두의 아픔임을 의미하고 있는 연대감 , 그 소중함 같은 것
- 오늘도 실직자들은 사방을 떠돌고.. 매일 우수수 憂愁愁 자살하는 사람들
뭐, 그래도 계절은 그런 인간사 人間事와 하등 관계없이
저 홀로 너무 눈부시어 마주 볼 수 없고..
하지만, <봄>이라는 또 하나의 주제를 갖고 어둠과 빛이 서로 몸을 섞듯한
상상의 나래를 펴는 백일몽 白日夢의 세계에다
화자 話者의 현실 내지 어둠을 때로는 꿈꾸듯이, 때로는 처연 悽然하게
서정적 언어로 형상화하고 있음이...
그 언젠가는 빛을 볼, 방점 傍點찍힌 개화 開花의 꿈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허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시 보다 감상평이 좋아서 늘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시를 쓰면서 못보는 부분을
평을 통해서 또 배우게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환한 봄?, 거긴 봄인가요 ^^
두렁님의 댓글
좋은 시 잘 읽고 갑니다.
허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두렁님
다녀가주셔서 고맙습니다
시인님의 시도 창작방에서 뵙기를 바래요
문정완님의 댓글
봄은 참 짧다는 생각입니다
지상의 봄이나 사람의 한 생의 봄이나.
저도 벚꽃이 왔음을 모르고 있다가 문득 길을 걷다가 발치에 떨어지는 꽃빗방울을 보며 아 벚꽃이 다녀가는구나를 알았습니다
좋은 시 한편 감상했습니다 음악과 함께요.
허시인님께서 창방에 자주 오시니 참 좋습니다 다른 문우님들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허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꽃빗방울, 역시 멋진 표현입니다
바쁜신중에도 이렇게 창방을 챙겨주셔고 고맙습니다
모임에서 인사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