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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를 옮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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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3건 조회 863회 작성일 16-04-11 21:58

본문

안부를 옮기다

 

칠순의 노모가

구순의 노모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받은 안부를 되돌려 주시려는 듯

구순의 노모가 오물오물 입으로 안부를 가져가신다

몸이 무른 애벌레가 걸음을 옮기 듯 멀고 험한 길이다

미간을 지나 콧등을 오르다 기우뚱 몸이 흔들렸다

한 때는 한몸 이었을 것들이

더 먼길로 돌아가라는 듯

구순의 노모를 흔들고 있다

콧등을 오르지 못한 구순의 노모는

눈 밑으로 깊게 패인 골짜기를 돌아나갔다

돌고 돌아서 인중을 건너 입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 ...... ......"

처음 하늘이 열리 듯 구순의 노모가

천천히 입을 열며 안부를 내려 놓으셨다

칠순의 노모가 서둘러 안부를 받는다

"그래 어매…… 자는 걸음에 사르르 따라 가이소"

알았다는 듯

괜찮다는 듯

세상 모든 시름을 다 담아 가시려는 듯

구순의 노모는 반쯤 감긴 눈으로

주위에 있는 것들을 살뜰히 주워 담으셨다

칠순의 노모가 이승에서 올리는 마지막 안부를

물 한모금 오물오물 드시며 저녁상을 물리 듯

어둠 저 편으로 사르르 밀어 놓으시고는

반쯤 감긴 눈을 천천히 닫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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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香湖님의 댓글

profile_image 香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콧끝이 찡합니다
또 어머니 생각 납니다
내 어머니는 혼자 애쓰다 가셨는데
그래도 이 어매는 딸인지 며느리인지의 배웅을 받으며 가시네요
복 받으신 거죠 
먹먹해졌다
겨우 추스리고 갑니다

박성우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외조모와 어머니의 마지막 대화입니다.
침상에서 주고 받는 그 이심전심이......
자는 걸음에 사르르 따라가시라는 어머니 말씀이 너무 감동이었습니다.
외조모는 또 알았다는 듯.... 눈을 깜박이십니다~

石木님의 댓글

profile_image 石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담담하게 무겁고 비장한 시,
천수를 누리고 떠나시는 마지막 몇 걸음이어서 더 그런 것일까요?
안부를 주고 받으시는 그 행보가 꾸밈없이 진솔하면서도 아슬아슬합니다.
"그래, 난 괜찮다." 이 말씀이 잔잔하지만 또렷하게 귀를 울립니다.
이승에 와서 머물다 가는 모습의 원형이 이런 것이니 모두 잘 기억해 두라는 듯..,

잡초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잡초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알았다는 듯
괜찮다는 듯

외조모와 어머니의 마지막 대화라고 말씀하시는
마지막 안부 먹먹한 가슴을 쓸어 담습니다
가슴에 스며드는 시한편 감사 합니다

박성우님의 댓글

profile_image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 가진 잔재주들이 대부분 어머니께
받았다 생각하는데 어머닌 또 외할머니
재주를 그대로받은 듯~
전에 외조모 뭔 기도를 하시는데
어찌나 구구절절 아름답던지~
그 모든 게 애드립이었습ㄴ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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